‘정경유착’ 박근혜에 중형 선고...MB는?

입력 2018-09-13 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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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달 5일 ‘운명의 1심’ 선고

▲이명박 전 대통령이 지난 달 21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호송차에서 내려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뉴시스
▲이명박 전 대통령이 지난 달 21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호송차에서 내려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뉴시스

1년 차이로 나란히 법정에 선 이명박(77), 박근혜(66) 전 대통령. 두 전직 대통령은 국민으로부터 위임받은 지위와 권한을 남용해 기업에 뇌물을 요구하고 부정한 청탁을 들어준 ‘정경유착’ 관련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박 전 대통령은 2심에서 1심보다 형량이 늘어난 징역 25년을 선고받았으나 검찰이 상고해 현재 대법원 판단을 남겨두고 있다. 1심에서 징역 20년을 구형받은 이 전 대통령은 다음 달 5일 열리는 선고 공판에서 운명이 결정된다. 법원이 박 전 대통령의 정경유착 관련 혐의를 1심보다 폭넓게 인정한 만큼, 이 전 대통령 역시 중형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朴-삼성 ‘묵시적 청탁’ 인정… “삼성 승계 작업에 대통령의 우호적 조치 있었다” = 지난달 24일 박 전 대통령 2심을 심리했던 서울고법 형사4부(재판장 김문석 부장판사)는 박 전 대통령이 대기업으로부터 뇌물을 받아낸 혐의 5개 중 4개를 유죄로 판단했다. 앞서 1심은 삼성의 승계 작업을 내용으로 한 부정한 청탁이 없었다며 삼성이 영재센터에 낸 16억2800만 원을 뇌물로 인정하지 않았다. 그러나 2심은 삼성의 승계 작업이 분명히 존재했고, 이와 관련한 부정한 청탁 또한 있었다고 봤다. 재판부는 “가장 핵심적인 승계 작업으로 평가되는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에 박근혜 정부의 우호적 조치가 있었다”며 “국민연금공단이 이 사건 합병 안건에 찬성하는 과정에 대통령의 지시나 승인이 있었다고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1심과 달리 삼성이 영재센터에 출연한 16억2800만 원을 유죄로 판단했다. 또 최순실 씨의 딸 정유라 씨의 승마 지원과 관련해 받기로 약속한 금액 중 70억여 원을 뇌물로 인정했다.

◇朴-롯데 ‘묵시적 청탁’ 인정… “면세점 관련 돈이 오간다는 공통 인식 있었다” = 롯데그룹과 관련한 정경유착 혐의는 1심과 같이 유죄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롯데가 K스포츠재단 하남시 체육시설 건립비용 명목으로 70억 원을 건넨 혐의와 관련해 “박 전 대통령과 신동빈 회장 간 명시적 청탁은 없었으나 롯데월드타워 면세점 사업 관련 돈이 오간다는 공통 인식은 있었다”며 묵시적 청탁을 인정했다,

재판부는 이 같은 정경유착 관련 혐의를 유죄로 판단하며 “정치 권력과 경제 권력의 부도덕한 거래는 민주주의의 본질을 훼손하고 시장경제 질서를 왜곡시키는 것으로 국민에게 상실감과 우리 사회에 깊은 불신을 안겨줬다”고 지적했다.

◇MB-삼성… 이건희 사면 대가로 다스 소송 비용 지원했나 = 이 전 대통령 역시 중형이 선고될 것으로 보인다. 이 전 대통령의 뇌물 혐의액은 110억 원에 달한다. 그는 대통령이라는 지위와 권한을 이용해 다스의 BBK 투자금 140억 원 반환 소송을 적극적으로 지원한 혐의를 받는다. 이 과정에서 이 전 대통령은 다스의 소송 비용 585만 달러(약 67억700만 원)를 삼성에 대신 납부해달라고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전 대통령 공판 과정에서 공개된 이학수 전 삼성전자 부회장 자수서에 따르면 당시 삼성은 이건희 회장의 사면을 기대하고 다스의 소송 비용을 지원했다. 이 전 부회장은 자수서에서 “삼성이 다스의 소송 비용을 대신 내주면 회사에 여러 가지 도움이 되지 않겠나 기대했던 것은 사실”이라며 “이건희 회장의 사면 문제뿐 아니라 4조5000억 원 규모에 달하는 차명계좌 관련 과징금 부과 문제 등이 삼성의 현안이었다. 이에 대한 청와대의 도움을 기대하며 다스에 소송 비용을 대신 내준 것”이라고 자백했다.

이 전 대통령은 이뿐만 아니라 서울시장과 대통령 재직 시절 △이팔성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성동조선해양(22억5000만 원) △대보그룹(5억 원) △ABC상사(2억 원) △김소남 전 의원(4억 원) △지광 스님(3억 원) 등에게서 공직 임명이나 사업 지원 등을 명목으로 뇌물을 수수한 혐의를 받는다.

검찰은 6일 열린 결심 공판에서 “피고인은 당선이 유력한 대선 후보라는 지위를 이용해 재계 1위 삼성으로부터 자금 지원을 약속받았다”며 “대통령으로 당선된 이후 약 4년간 은밀하고 교묘한 방법으로 68억 원이라는 거대한 뇌물을 받았다. 이는 최고 권력자의 극단적인 도덕적 해이”라고 꼬집으며 징역 20년을 구형했다.

그러나 이 전 대통령은 최후 진술을 통해 “부정부패, 정경유착은 제가 가장 싫어하는 것이고 경계하며 살아온 제게 너무나 치욕적인 일”이라며 혐의를 부인했다.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특가법)’은 수뢰액이 1억 원 이상이면 무기 또는 10년 이상의 징역에 처하도록 규정한다. 대법원 양형기준을 봐도 뇌물 수수액이 5억 원 이상이면 감경이나 가중 요소가 없어도 징역 9∼12년, 가중 요소가 있으면 징역 11년 이상∼무기징역까지 권고된다. 이에 따라 이 전 대통령은 중형을 선고받을 것으로 보인다.

한편 두 전직 대통령뿐만 아니라 전두환(87) 전 대통령 역시 5·18민주화운동 희생자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기소돼 지난달 27일 첫 재판을 받았다. 전 전 대통령은 알츠하이머 진단 사실을 공개하며 재판에 출석하지 않았지만, 재판부는 변호인에게 전 전 대통령의 출석을 요구하며 다음 달 1일로 공판기일을 다시 지정했다. 이로써 세 전직 대통령이 법원의 판단을 받는 사태가 벌어질지 관심이 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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