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 등 미국 고위 관리들은 이번 주 류허 부총리 등 중국 협상대표들에게 새로운 무역협상 회의를 제안하는 서신을 보냈다.
미국 측은 앞으로 수주 안에 새 논의를 시작하자며 중국에 장관급 대표단 파견을 요구했다. 한 소식통은 새 회담이 미국 워싱턴D.C.나 중국 베이징에서 열릴 것이라고 전했다. 미국 재무부 대변인은 언급을 거부했다.
새 회의 제안은 트럼프 정부가 대중국 관세 부과를 가속화하는 가운데 이뤄졌다. 미국은 이미 500억 달러(약 56조4250억 원) 규모의 중국산 수입품에 대해 관세를 발효했다. 2000억 달러 규모 추가 관세에 대해서는 언제라도 발동할 수 있게 준비를 해놓은 상태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2670억 달러 상당의 중국산 수입품에 새로운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고 위협하고 있다. 사실상 중국 수입품 전부에 대해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엄포를 놓은 것이다.
중국도 최대 1100억 달러에 달하는 보복관세를 발동할 수 있다고 맞불을 놓고 있다. 이는 중국의 대미 수입품 중 85%에 이르는 것이다. 아울러 중국 지도자들은 미국 기업에 대해서는 중국 사업이 영향을 받지 않을 것이라고 회유책을 펼치고 있다. 이들 기업이 미국에서 관세에 대해 로비를 하고 중국에 들어오는 외국 자본이 이탈되지 않도록 하려는 전략이다.
소식통들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므누신 장관이 중국과 무역협상을 재개하는 것을 승인했다. 여전히 백악관 내부에서는 대중 무역정책을 놓고 분열이 유지되고 있다고 WSJ는 덧붙였다. 앞서 지난달 워싱턴에서 차관급 미중 무역협상이 열렸으나 서로의 이견을 좁히지는 못했다.
므누신 장관과 래리 커들로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은 중국과의 무역전쟁이 장기화하면 금융시장에 악영향을 미친다며 단기적인 협상 타결을 선호하고 있다. 그러나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국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추가 관세로 미국이 더 많은 협상력을 얻게 될 것이라고 주장하면서 논의를 될 수 있는 한 뒤로 미루고 싶어한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미국 재계가 트럼프 정부의 무역협상 추진 소식을 환영했다고 전했다. 마이런 브릴리언트 미국 상공회의소 수석 부회장은 “미국과 중국이 다시 협상을 시작하면 기업가들은 환영할 것”이라며 “회의에서 구체적 결과가 나오지 않더라도 이는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는 단계”라고 말했다.
미국외교협회(CFR)의 에드워드 올든 무역전문가는 “이런 접근이 전환점이 될 수 있다”며 “미국 경제와 시장이 견실한 가운데 관세와 무역전쟁 위협이 중국 경제에 더 많은 타격을 주고 있다. 이에 트럼프 정부는 이제 더 강한 위치에 서서 협상할 수 있다고 믿는다”고 설명했다. 이어 “협상은 길고도 어려울 것이며 해결책이 쉽게 나오지도 않을 것이다. 그러나 수개월간 실질적인 협상이 이뤄지지 않은 채 무역 긴장이 고조된 이후 진지한 논의가 시작되려 한다”고 덧붙였다.
트럼프 정부는 중국 이외에도 캐나다와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개정안 협상을 이달 말까지 타결하고자 집중적인 논의를 하고 있다. 라이트하이저는 지난 10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유럽연합(EU) 관리들과 회동하고 이달 말 뉴욕에서 일본 측과 만나 새 양자 무역협정을 의논할 계획이다.
트럼프 정부 관리들이 바쁘게 움직이고 있지만 이런 논의들이 전 세계를 짓누르는 무역 긴장을 완화하려는 의도인지는 의문으로 남아있다고 WSJ는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