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인사청문특위는 11일 이영진 헌법재판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에서 정책 위주 질의에 집중했다.
바른미래당 추천 몫으로 공모 절차를 거쳐 선정된 이 후보자에 대해 여야는 사형제, 동성애, 동성혼에 대해 묻거나, 특정 단체에서 활동한 점에 대해 질문했다.
이 후보자는 도덕적 결함이 없는 것으로 여야 의원들은 판단했다. 자유한국당 송석준 의원은 "자료들을 봐도 후보자는 비교적 흠 없는 공직생활을 했고 사생활 관리를 잘해온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송 의원은 "모친에 대해 독립생계 유지라며 재산 신고 고지를 거부한 이유가 뭐냐"고 질문했고, 이 후보자는 "3남 3녀 중 차남인데 장남 등 형님이 주로 재산에 많이 관여해서 제가 같이 신고하기가 어려웠다"고 답했다.
다만 생명보험사의 자살보험금 미지급 사건과 가습기 살균제 판결 등 이 후보자가 판사로서 내린 판결에 대한 비판이 나왔다.
더불어민주당 제윤경 의원은 2015년 후보자가 판결한 대형 생명보험사의 자살보험금 미지급 사건을 거론하면서 "판결문을 보면 보험계약자가 보험사의 의도까지 읽을 정도로 약관을 충분히 이해하고 있었을 거라고 판단했는데 이는 국민의 기본 상식과 동떨어진 것"이라고 질타했다.
이어 "사회적 약자가 아니라 힘센 대기업 편에서 판결을 너무 작위적으로 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이 후보자는 "당시는 증거와 자료에 근거해 성심을 다해 판결했다고 생각했는데 대법원 파기환송을 보고 '제 판결이 잘못됐구나', '그런 취지대로 판결해야겠구나' 생각했다"고 답했다.
한국당 이만희 의원은 후보자가 2017년 서울고법 부장판사 때 내린 가습기살균제 판결을 언급, "피고인에 대해 형량을 감해주고 글로벌 기업 임원에 대해 검사의 입증책임 부족을 이유로 무죄 판결을 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많은 국민이 관련자의 엄벌과 엄격한 책임 추궁을 통해 기업의 인식 전환과 재발 방지를 기대했지만, 후보자는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판결을 해서 아쉽다"고 말했다.
이 후보자가 수원지법 부장판사로 재직하던 2009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문위원에 최초로 임명돼 국회의원들의 입법 활동을 보좌하다가 2012년 서울중앙지법 조정전담 부장판사로 복귀한 것에 대한 의구심도 나왔다.
더불어민주당 강훈식 의원은 "국회에 파견으로 온 게 아니라 (법관으로) 의원면직을 하고 법사위 전문위원으로 와서 2년 임기를 마친 뒤 곧바로 부장판사급 사법연수원 교수로 복귀했다"면서 "이렇게 딱딱 맞춰서 법사위로 왔다가 그만두고 바로 법관으로 재임용되는 게 가능한가"라고 물었다.
이에 이 후보자는 "의견 교감이 있었다.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실에서 국회직에 갈 의향이 있는지 물어왔다"며 "다시 돌아오는 게 가능한지 묻자 '들어올 수 있지 않겠냐'는 사실상의 의견 교환을 통한 언질을 받고 갔다"고 답변했다.
아울러 강 의원은 "당시 미국산 쇠고기 촛불시위, 용산참사, 노무현 전 대통령 투신사망, 김대중 전 대통령 사망, 북한 2차 핵실험 등 민감한 이슈가 많았다"면서 "정치적으로 예민한 시기에 재임용 절차를 약속받고 법원행정처에서 기조실장이 (국회직에 후보자를) 보낸 건 정치 중립성에서 충분히 의심할만한 지점이 있다"고 꼬집었다.
이 후보자는 "법사위 전문위원으로 근무하면서 국회 소속 공무원이라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건에 관여한 적이 없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