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종규 KB금융그룹 회장이 ‘비(非)은행 글로벌 진출’의 신호탄을 쐈다. 중국 상하이에선 KB자산운용 법인을 싱가포르에 이어 두 번째로 설립하고, 캄보디아 프놈펜에는 KB국민카드의 첫 해외 자회사를 출범했다. 공교롭게 비슷한 시기에 조용병 신한금융그룹 회장이 오렌지라이프(옛 ING생명)를 전격 인수하면서 최고경영자(CEO) 간의 ‘리딩금융’ 경쟁도 본격화했다.
6일 금융권에 따르면 KB자산운용은 중국 상하이에 현지 법인(상하이 카이보 상무자문 유한공사)을 설립하고 싱가포르에 이어 두 번째 아시아 시장 공략에 나섰다. KB금융은 KB자산운용 상하이법인과 국민은행 및 KB증권의 유관 부서와 경영연구소 내 중국리서치 조직과의 연계를 통해 시너지를 꾀할 계획이다. 금융투자협회 조사 결과를 보면 중국 시장은 국내 투자자들이 가입한 해외 공모펀드 규모(40조5000억 원)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시장으로 주식형 펀드만 8조3000억 원에 달한다.
KB자산운용은 냉정하게 평가하면 KB금융그룹의 핵심 계열사는 아니다. 실적만 봐도 KB자산운용의 올 상반기 순이익은 작년(227억 원) 대비 14.1% 줄어든 195억 원이다. 이는 KB금융의 상반기 당기순이익(1조9152억 원)의 1%에 불과하다. 자산 규모도 주력 계열사인 KB국민은행의 0.06% 수준으로 아주 미미하다. 그런데도 윤 회장이 KB자산운용을 필두로 해외 시장 진출에 집중하려는 것은 은행 예대마진에서 벗어난 ‘비은행’ 계열사의 새로운 수익 창출 통로가 필요하다고 봤기 때문이다.
윤 회장은 그간 증권과 보험사 인수·합병(M&A) 등을 추진하며 그룹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하는 측면에선 다른 금융그룹보다 선제적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여타 금융그룹이 수익이 저조한 자산운용 부문을 등한시한 것과는 대비되는 모습이다.
6일 캄보디아 프놈펜에서 ‘KB 대한 특수은행’이 출범식 후 본격적인 영업에 들어간 것도 같은 맥락이다. KB 대한 특수은행은 현지에서 조립 생산한 자동차와 딜러숍 판매 자동차 등에 대한 할부금융과 부동산담보대출을 중심으로 영업에 나선다. 중장기적으로는 신용카드, 신용대출, 카드 프로세싱 대행 등으로 사업 영역을 확대하고 주요 거점 도시를 중심으로 지점도 추가해 나갈 계획이다. 내년부터는 KB국민은행 캄보디아 현지법인(KB캄보디아은행)의 거래 고객 및 제휴업체 등을 대상으로 체크카드 사업도 시작할 예정이다.
이러한 윤 회장의 행보와 함께 주목되는 점은 향후 조용병 신한금융그룹 회장과의 경쟁 구도다. 신한금융그룹은 5일 오렌지라이프를 2조2989억 원에 인수했다. 인수 후 신한금융은 자산규모에서 KB금융에 빼앗긴 ‘리딩금융’ 자리를 재탈환했다. 오렌지라이프의 자산(31조5000억 원)을 더하면 484조8000억 원으로 불어나 KB금융(463조3000억 원)을 앞선다. 무엇보다 이번 인수합병으로 신한은행(순이익의 66%)과 신한카드(15%)에 편중된 그룹의 사업 포트폴리오가 비은행 부문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전환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