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금통위에서 이주열<사진> 한은 총재는 세 가지 감을 내려놓은 것으로 보인다. △자신감 △책임감 △존재감이 바로 그것이다. 이에 따라 11월 기준금리를 인상할 것이라는 전망을 변경한다. 일러야 내년 2분기말(5월)이나 3분기초(7월)쯤 금리인상을 검토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
◇ “스탠스 바뀐게 아니다” 가 “바뀌었다”로 들리다 = 이 총재는 지난달 31일 금통위 직후 가진 기자회견 말미에 “연초부터 잠재수준의 성장세를 지속하고 목표 수준으로 물가가 수렴할 경우에는 완화정도를 줄여나가겠다 말했다. 기본적으로 그 스탠스에 변화가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다만 그는 기자회견 내내 말에 힘이나 자신감이 없었다. 그 자신도 언급했듯 물가와 고용전망을 당초 7월 예측치보다 낮출 상황이기 때문이다. 경제성장률 전망과 관련한 언급은 즉답을 피했지만 이 또한 하향조정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한은은 7월 전망에서 올해 소비자물가와 식료품 및 에너지 제외 근원인플레를 각각 1.6%와 1.4%, 취업자수를 18만명, 성장률을 2.9%로 예상했었다.
이에 따라 이 총재의 언급은 원론적 입장으로 치부하기에 충분해 보인다. 실제 그는 8월말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업무보고 자리에 출석했을 당시 밝혔던 ‘정책여력 확보’ 차원의 인상이 지금도 유효한지를 묻는 질문에 “질의답변 과정에서 그것도 하나의 고려사항이 될 수 있다고 하는 취지에서 한 발언”이라며 의미를 깎아 내렸다. 스탠스가 바뀐게 아니라는 언급을 “스탠스가 바뀌었다”라고 들을 수밖에 없게 만든 대목이다.
◇ 밀당의 끈을 놓다…1년전 연준과도 대비 = 이 총재는 올 들어서도 추가 금리인상에 대한 의지를 밝혀온 바 있다. 채권시장을 중심으로 연내 금리인상 기대감을 적정선에서 유지키 위해 노력해 왔었기 때문이다. 실제 연임 후 5월 초 필리핀에서 가진 기자간담회를 시작으로 5월 하순 임지원 신임 금통위원 임명장 수여식, 앞서 밝힌 8월말 국회 출석 자리가 대표적이다.
이같은 행보로 비춰보면 이번 금통위에서는 비교적 매파적인 분위기에 무게중심을 뒀어야 했다. 금통위를 앞두고 채권시장은 연내 금리인상이 어려울 것이란 기대감으로 급격히 쏠렸기 때문이다.
물론 최근 채권시장의 급격한 쏠림은 한은이 제어할 수 있는 영역을 벗어난 부문도 있다. 고용 부진이 이슈화했고 문재인 대통령까지 나서며 정부가 총력 대응체제로 접어드는 분위기였기 때문이다.
단순비교하긴 어렵지만 이 총재의 이번 금통위는 1년전 연준과도 대비된다. 지난해 9월 재닛 옐런 당시 연준 의장은 “인플레이션(물가상승률)에 관해 상당한 불확실성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지나치게 조심스런 태도는 자칫 화를 부를 수 있다”며 “통화정책이 지나치게 점진적인 것이 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앨런 의장의 굳은(?) 의지는 결국 그해 연말 금리인상으로 이어졌다.
당시 미국 시장에서는 대형 허리케인 하비와 어마로 인한 경제적 타격으로 연준이 그해 금리인상을 보류할 것으로 예상했다. 나아가 금리인하에 나설 가능성을 제기하기도 했었다. 당시 시카고상품거래소(CME) 시장에서 미국 금리선물도 처음으로 금리인하 가능성을 반영하는 모습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