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는 지난달 15일 독립기념일 기념식에서 저소득층을 겨냥해 마련한 의료 프로그램 계획을 공개했다. 모디 총리는 “가난한 이들이 질병의 괴로움과 싸우지 않아도 되고 의료비를 빌리다가 파산하지도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앞으로는 저소득층 약 1억 가구에 가구당 연간 50만 루피(약 790만 원)의 약값과 치료비 등을 지원한다. 인도 국민 5억 명가량이 혜택을 받을 전망이다.
그러나 부족한 의사 수와 공공병원 등 난관이 많다. 워싱턴포스트(WP)는 “인도는 가장 기본적인 서비스를 제공하는 의료 인프라조차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의사 1명이 1315명을 담당해야 한다. 병원들이 도시에 몰려 있다는 점도 난관이다. 이런 가운데 인공지능(AI)을 통한 의료 기술로 그 간극을 채우려는 시도가 활발하게 일어나고 있다.
인도 대형 은행 ICICI 산하 보험업체 ICICI롬바드는 최근 인도에서 처음으로 AI를 이용해 환자들의 보험금 청구를 처리했다. 이전에는 의사 진료 후 경영진이 데이터를 입력하고 보험 잔액을 확인한 후 피보험자에게 적용하는 과정이 한 시간 이상 소요됐다. 이를 AI 시스템으로 1분 만에 처리할 수 있게 됐다. 산지브 만트리 ICICI롬바드 전무는 “AI를 사용하면 의사들이 더 복잡하고 중요한 작업에 집중할 수 있다”고 말했다.
헬스케어테크 스타트업 니라마이는 AI 딥러닝을 이용해 유방암을 진단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이전보다 시간을 절약하고 훨씬 정확한 결과를 얻을 수 있다. 인도에서 유방암은 여성에게 가장 흔한 암이다. 조사에 따라 10만 명당 적게는 12.7명, 많게는 25.8명에게 발병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020년까지 연간 7만6000명이 유방암으로 사망한다는 연구도 있다.
게타 만주나트 니라마이 공동 설립자는 “이제 우리는 조기에 유방암을 발견하게 함으로써 진단 속도를 높이고 더 많은 생명을 구하는 도구를 갖게 됐다”고 말했다. 그동안 검진의 걸림돌이었던 비용 문제도 완화된다. 만주나트는 “22달러(약 2만4000원)에 유방암 검진을 할 수 있으며 더 많이 보급되면 비용이 낮아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일반적인 검진 비용은 54달러로 AI를 활용한 덕분에 비용이 절반 이상 줄어드는 것이다.
포브스는 이미 병원에는 정교한 IT 시스템과 소프트웨어가 있으나 의사가 절대적으로 부족한 인도에서 간편한 검진 방법은 큰 장점이 있다고 평가했다. 니라마이는 인도 3개 주에 있는 병원 및 연구소와 협력 중이며 다른 지역으로도 확대할 계획이다. 만주나트 설립자는 싱가포르와 일본, 말레이시아 등 인도를 넘어 세계로 뻗어 나가겠다는 포부도 보였다.
그 밖에도 많은 스타트업이 AI를 통한 의료 혁명에 박차를 가한다. 2016년 설립된 ‘큐리.ai’는 방사선 촬영이나 CT 스캔 등 이미지를 분석해 뇌종양과 같은 질병을 진단하는 딥러닝 기술 업체이다. 의료 종사자가 환자의 이상을 발견하는 데 도움을 주고 치료 계획을 알려 준다. 시그튜플은 AI를 기반으로 한 혈액 검사를 통해 말라리아와 백혈병, 빈혈 등을 감지하는 기술을 제공한다. 2015년 창업 이후 기업 가치가 580만 달러까지 상승한 스타트업이다.
현재 인도에서는 니라마이와 큐리.ai, 시그튜플을 포함해 10여 개 이상의 스타트업이 AI를 통한 의료혁명을 일으키고 있다. 포브스는 “인도에서 2035년까지 AI를 통한 의료 환경 개선에 9570억 달러가 투입될 것”이라고 전했다. 한 인도 AI 전문 벤처투자자는 “인도와 같은 신흥국에서는 의료 수요와 공급에 막대한 불일치가 있으나 AI가 이를 해결하는 데 도움을 줄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