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서울 동대문 디자인 플라자(DDP)에서 열린 금융권 공동 채용박람회에서 만난 박한수(28) 씨는 현장면접을 보기 위해 대구에서 올라왔다고 했다. 이번 행사에는 은행 14개사, 보험 15개사 등 총 59개 금융사가 함께 참여했다. 박 씨는 지난해 블라인드 현장면접을 보기 위해 방문했지만 수백 명이 한꺼번에 몰리면서 발길을 돌려야 했던 기억이 있다.
대신 이번 현장면접은 구직자 한 명당 1개사씩 사전에 신청을 받아 운영했다. 지난해 박 씨처럼 먼 걸음 했다가 돌아가는 사태(?)를 방지하기 위해서다. 신청하고 오지 않는 지원자 문제를 막기 위해서 면접 3일 전 참석 여부를 확인해 불참하는 경우 추가신청을 받았다. 일정 조율의 편의성과 대기시간을 고려해 올해는 박람회를 29일과 30일 이틀간 개최한다.
오후 3시쯤 방문한 현장은 긴장감이 맴돌았다. 현장 면접을 진행하는 6개 은행 앞에는 정장 차림의 지원자들이 제각각 면접 준비에 한창이었다. 자기소개서를 읽으며 대답을 준비하느라 기자의 질문을 미처 듣지 못한 지원자 최진영(가명) 씨는 “제가 좀 긴장을 해서…”라며 당황해 했다. 최 씨는 “은행은 워낙 서류통과가 쉽지 않다 보니 면접을 하기도 어렵다”며 “간절한 마음을 가지고 여기에 왔다”고 짧게 답했다.
현장면접과 동일하게 이곳에서 우수면접자로 선정되면 향후 공개채용에서 서류전형 합격으로 간주한다. 이렇다 보니 지원자들은 단순히 경험 차원이 아니라 진지하게 면접에 임했다. 6개 은행에 사전 면접을 신청한 2416명 중 860여 명은 우수면접자로 선정된다. 지난해 429명보다 두 배가량 늘어난 규모다. 최종구 금융위원장과 김영주 고용노동부 장관 등이 참석한 행사에는 지난해 금융박람회에서 우수면접자로 선정된 은행원 두 명이 방문해 구직자들을 독려했다.
KEB하나은행의 현장면접을 막 마치고 나온 이현규(27) 씨는 “박람회는 처음 왔는데 전형적인 면접보다는 저에 관해 물어봐 줘서 좋았다”라면서 “면접관들이 경험 위주로 여쭤봐 주셔서 말하기가 수월했던 것 같다”라고 말했다. 다만 이 씨는 많은 구직자가 한 번에 몰리는 바람에 은행 부스에서 진행하는 채용 상담을 받지 못했다고 아쉬워했다. 실제로 지원자들에게 인기 있는 은행에 몰리는 경향이 있어 상담을 받으려는 줄이 길게 이어지곤 했다.
이날 채용박람회에는 대학생은 물론 대졸 취업준비생, 교복을 입은 학생들도 찾았다. 학교에서 단체로 방문했다는 이정아(수원삼일고등학교 3학년) 양은 “지난해 참가했던 선배들이 (박람회가) 좋은 기회이니까 다녀오라고 해서 와 보고 싶었다”며 “이번 기회를 계기로 친절하고 또 보고 싶은 은행원이 되고 싶다”라고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 2년간 금융공기업 취업을 준비한 이진영(26) 씨는 “구체적인 궁금증을 해소할 수 있었다. 검색하는 거랑 현직자들이 하는 얘기는 다르니까. 어떤 인재상을 원하는지 조금 느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번 채용박람회는 은행권의 ‘채용비리’ 이후 처음으로 진행됐다는 점에서 달라진 구직자들의 생각도 들을 수 있었다. 지난해 학교를 졸업하고 은행 입사를 준비 중인 박진웅(26) 씨는 “논술이 아니라 점수화되는 필기시험을 도입했다는 건 개인적으로 좋은 일”이라며 “예전보다 훨씬 잘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날 행사에 참여한 59개 금융회사는 채용박람회를 계기로 올해 하반기에 총 4793명(잠정)을 채용할 계획이다. 서류전형, 필기 및 면접 전형 등을 거쳐 11~12월 중 대부분 하반기 신규채용을 완료한다는 방침이다.
최종구 금융위원회 위원장은 “‘청년과 금융이 통(通)’해 금융산업 혁신을 이끌어나갈 수 있도록 청년 일자리 늘리기에 한마음으로 힘을 모아주시기 바란다”며 “오늘 이 자리가 면접, 상담에 그치지 않고 좋은 일자리를 지속해서 만들어내기 위한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