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경제연구원이 17일 펴낸 ‘한·중 수출구조 변화 비교와 시사점’ 보고서에서 소개하고 있는 내용이다. 한국 경제가 중국과 일본 사이에서 샌드위치 신세가 될 것이라는 이른바 ‘샌드위치론’은 오래전부터 있던 이야기이다. 어쩌면 새삼스러울 것 없는 중국의 추격을 거론하는 이유는 중국과 우리나라의 격차가 알고 있던 것보다도 훨씬 가까워졌기 때문이다.
◇한·중 기술 격차 1년으로 줄어 = 보고서는 2016년 기준 한국의 전체적인 기술 수준은 중국보다 1.0년 앞서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는 한국과학기술평가원의 자료를 인용했다. 제시된 수치를 보면 2014년 1.4년이었던 두 나라의 기술격차는 2016년 1.0년으로 0.4년 줄었다. 중국의 기술경쟁력 발전은 한국의 수출산업 위협 요인이 커졌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다.
분야별로 보면 바이오(1.5년), 전자·정보·통신(1.5년), 기계·제조·공정(1.3년), 의료(1.0년) 등의 기술격차가 전체 산업 평균보다 크거나 비슷한 수준으로 나타났다. 반면 에너지·자원·극한기술(0.4년), 나노소재(0.7년) 분야에서는 중국의 기술력이 우리를 바짝 뒤쫓고 있었다. 항공우주산업의 경우 중국이 한국을 4.5년 앞서고 있으며, 그 격차도 갈수록 벌어지는 것으로 평가됐다.
높은 기술력을 필요로 하는 제조업의 수출 비중을 봐도 부정적인 흐름이 감지된다. 고위기술 제조업이 높을수록 무역 관계에서 좀 더 안정적인 비교우위를 확보할 수 있다. 중국은 2000년 22.4%였던 고위기술 제조업 수출 비중이 2016년 32.6%로 증가했다. 같은 기간 한국은 35.8%에서 30.4%로 떨어졌으며 2011년에는 이 비중이 26.5%까지 떨어지기도 했다.
이에 대해 현대경제연구원은 “한국은 여전히 중간 수준의 기술력을 필요로 하는 제조업의 비중이 가장 높다”면서 “중국의 고위기술 제조업 수출 비중은 2000년대 이후 지속적으로 확대되면서 중국 전체 수출 중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한다”고 설명했다.
◇한·중 수출시장 경쟁구도 갈수록 심화 = 중국과 기술력 격차가 좁혀졌다고 해도 서로 다른 시장을 주력으로 삼고 있다면 그리 걱정할 일은 아니다. 하지만 한국과 중국의 경쟁 관계는 갈수록 심화하는 흐름이다.
현대경제연구원이 전 세계 세관 통계자료인 ‘유엔 컴트레이드(UN Comtrade)’ 자료를 분석한 결과 한국과 중국의 세계 수출 경합도(Export Similarity Index, ESI)는 2016년 기준 0.390으로 2000년(0.331)과 비교해 가파른 상승 폭을 그렸다. 수출 경합도 지수는 양국의 수출상품 구조를 통해 시장 경합도를 나타낸 것으로, 지수가 1에 가까울수록 경쟁이 심한 것으로 판단한다.
더욱 심각한 것은 전체 수출 품목뿐 아니라 IT, 석유화학, 자동차, 철강, 철강제품, 기계, 조선, 정밀기기 등 한국 경제의 주력 8대 품목에서도 수출 경합도가 치솟았다는 점이다. 2016년 8대 주력 품목의 수출 경합도는 0.470으로 2000년대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 중이다. 더욱이 이 같은 경향은 8대 품목 중 기계, 조선을 제외한 6개 품목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경쟁을 피하는 방법으로는 수출시장 다변화를 꼽을 수 있다. 하지만 한국의 수출구조는 여전히 옛 모습 그대로인 상태다. 중국은 상위 5대 수출국에 대한 의존도가 2000년 63.7%에서 2017년 44.9%로 낮아진 반면 한국은 같은 기간 55.3%에서 56.5%로 소폭 증가했다. 오히려 한국은 중국 수출 비중이 10.7%에서 24.7%로 크게 증가해 ‘중국 의존도’가 높아졌다.
◇“중장기 R&D 투자에 정책적 지원 필요” = 현대경제연구원은 중국의 수출구조가 질적인 개선을 보이며 한국과의 수출 경쟁이 강화되고 있다는 점이 국내 수출산업의 위협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에 대한 대비책으로는 중장기 R&D(연구개발)·설비투자를 통한 원천기술이 필요하며, 이를 위해 정부 주도의 기술경쟁력 강화 방안이 요구된다고 조언했다.
또한 연구원은 반도체, 자동차 등 일부 품목에 집중된 수출구조를 다양하게 확대할 필요성도 제기했다. 연구원은 “기존 수출 주력산업의 경쟁력을 잃지 않도록 투자를 지속시키는 한편 4차 산업혁명으로 새로 등장하는 상품·시장에 대한 기업의 진입과 투자를 유도해 고부가가치 상품시장의 주도권을 선제적으로 장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미·중 무역 전쟁, 글로벌 경기 부진 가능성, 신흥국 위기 등 수출시장 하방리스크에 대한 대응도 필요하다고 연구원은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