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영 첫날은 혼란스러웠다. “주 40시간 업무 계획을 세우라고, 월 160시간까지?” 하루 앞을 예상하기도 힘든 요즘 주·월 단위 근무시간 총량을 계획하는 건 무리라 생각했었다. 말만 주 40시간제도이지, 괜히 잡일이 하나 늘어난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시키면 다하는 월급쟁이라 계획을 세웠다. 평소 대비 근무시간이 늘어나는 당직 날짜를 체크하고 보도자료 일정에 따라 근무시간의 큰 틀을 잡았다. 그랬더니 조금 여유가 있는 날이 보이기 시작했다.
특히 월급날은 두둑한 실탄(현금)과 함께 일찍 퇴근해서 평소 미뤄뒀던 자기계발의 시간을 갖겠다고 다짐했다.
이러한 다짐은 실제 근무에도 반영됐다. 월요일부터 목요일까지 정말 열심히 했다. 친한 동료와 티타임도 하고 싶고, 웹 서핑도 하고 싶었다. 하지만 그 시간만큼 내 소중한 ‘금퇴(금요일 퇴근)’가 위협받는다는 생각에 오로지 업무에 매진했다. 비록 몸은 힘들지만 하루하루 지날수록 콧노래를 흥얼거리는 신비로운 현상이 생겨났다.
기다리던 금요일, 나는 당당하게 퇴근할 수 있었다. 평일에 내가 처리해야 할 일을 다했기 때문에 눈치 볼 필요가 없었다. 나는 곧장 연습실로 향하며 그동안 미뤄뒀던 소박한 꿈에 한걸음 다가갈 수 있었다. 3시간 정도 남짓이었지만, 온전히 나만을 위해 시간을 투자했다는 사실 자체가 너무 즐거웠다. 동료 직원도 “휴가를 쓰지 않고도 정기적으로 내 시간을 만들 수 있어 삶의 새로운 활력이 생긴다”고 말했다.
처음 단순히 근무시간을 정하는 것으로 생각했던 주 40시간 근무제도. 직접 해 보니 단순히 근무시간 제한이 아니라, 직원에게 업무에 대한 책임감을 부여하고 즐겁게 일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는 좋은 제도라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