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9년 쌍용자동차 평택공장에서 벌어진 노동자들의 점거 시위를 진압하기 위해 공권력을 투입한 과정은 대테러 진압작전을 방불케 하는 수준이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또한 경찰은 헬기를 띄워 발암물질을 함유한 다량의 최루액을 살포했을 뿐만 아니라 다목적 발사기와 테이저건 등 테러범이나 강력범을 잡을 때 사용할 장비들이 대거 사용된 것으로 밝혀졌다.
경찰청 인권침해 사건 진상조사위원회(진상조사위)는 28일 '쌍용차 사건'의 조사결과를 발표하며 경찰청에 공권력 과잉행사에 대해 사과할 것을 권고했다.
조사위에 따르면 쌍용차 노조는 회사의 구조조정에 반대하며 2009년 5월 22일부터 8월 6일까지 평택 공장 점거 농성을 벌였다.
이 과정에서 경찰은 경찰특공대를 투입하고, 대테러장비를 동원해 강제 진압했다.
조사결과 경찰은 그해 6월 25일부터 8월 5일까지 파업 중인 노조원에게 유독성 최루액 원액 2천ℓ가 섞인 물 20만ℓ를 살포한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경찰 진압작전 중 최초로 헬기를 이용한 혼합살포가 이뤄졌다.
조사위는 최루액의 주성분인 CS와 용매인 디클로로메탄이 2급 발암물질이고, 고(高)농도에서는 사망에 이를 수 있다며 최루액 사용이 경찰력 행사의 필요 최소한의 범위를 벗어났다고 지적했다.
뿐만 아니다. 경찰은 2009년 당시 대테러장비로 분류된 테이저건과 다목적 발사기도 진압작전에 사용했다. 작전을 지휘한 경기지방경찰청은 대테러장비를 사용하지 말라는 경찰청의 지시를 받았지만, 투입된 경찰은 이들 장비를 사용한 것으로 파악됐다.
강제 진압작전이 있었던 2009년 8월 4·5일 이틀 동안 경찰특공대가 공장 옥상에 진입해 다목적 발사기로 스펀지탄 35발을 노조원에게 발사했다.
조사위는 테이저건과 다목적 발사기는 테러범이나 강력범 진압 등 경찰의 직무수행과 목적 달성에 부득이하게 필요한 최소한의 범위 내에 사용해야 하는데도 진압에 사용했다고 지적했다.
조사위는 이러한 장비 사용이 대통령령인 '위해성 경찰 장비의 사용기준 등에 관한 규정'에 위반된다고 설명했다. 현재는 테이저건은 경찰 장구로, 다목적 발사기는 기타 장비로 분류됐다.
이밖에도 경찰은 회사 측 경비용역과 함께 노조원을 폭행하고, 체포하는 과정에서 과도한 폭력을 사용한 것으로 조사됐다. 진상조사위는 경찰 동료들이 받은 피해에 대한 보복 차원의 폭행이었다고 판단했다.
조사위는 "대테러 작전을 목적으로 경찰특공대를 창설했지만, 현재는 더 포괄적인 작전을 할 수 있어서 문제"라며 "경찰관 정신 건강에 대해 조사와 치료가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조사위는 "쌍용차 사건은 최소침해의 원칙과 법익 균형성 등 경찰비례원칙에 반해 적정하지 않은 수준으로 경찰력이 행사된 것"이라며 "헬기·테이저건·다목적 발사기 등을 사용한 시위 진압을 금지하고, 경찰특공대의 집회·시위 현장 투입도 금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