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고용 나쁘지 않다…채권시장, 중앙은행에 맞서지 말길

입력 2018-08-28 10:36 수정 2018-08-28 1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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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남현 자본금융 전문기자

채권시장 격언 중 “중앙은행에 맞서지 말라”는 말이 있다. 금리의 기준이 되는 그야말로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곳이 중앙은행이기 때문이다. 주식시장으로 따지면 “개인은 기관을 이기지 못하고 기관은 대주주를 이기지 못한다”는 격언과 유사하다.

최근 채권시장이 연일 랠리(강세)를 보이며 이 같은 격언을 거스르고 있다. 31일 한국은행 8월 금융통화위원회가 열릴 예정인 가운데, 이달 금리동결은 물론 사실상 연내 금리동결에 베팅하는 영역으로 접어들었기 때문이다.

실제 27일 현재 국고채 3년물 금리(1.963%)와 한은 기준금리(1.50%) 간 금리 차이인 장단기 금리차는 46.3bp(1bp=0.01%포인트)를 기록 중이다. 21일엔 41.9bp까지 좁혀지며 한은 금리인상(작년 11월) 이전인 지난해 6월 이후 1년 2개월 만에 최저치를 보이기도 했다.

이 같은 강세는 대내외적으로 채권시장에 우호적인 요인들이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반대로 한은의 연내 금리인상을 어렵게 하는 요인이기도 하다.

대외적으로는 미중 간 무역분쟁이 장기화할 조짐인 데다, 터키 리라화 폭락 등 신흥국 불안이 확산하고 있다. 대내적으로는 고용 부진과 낮은 인플레이션이, 수급적으로는 우호적인 자금 여력과 하반기 들어 감소한 월별 국고채 발행 규모 등이 영향을 미쳤다.

경제 주체들의 심리도 부진하다. 오늘(28일) 한은이 발표한 8월 소비자심리지수(CCSI)만 하더라도 99.2로 지난해 3월(96.3) 이후 1년 5개월 만에 처음으로 기준치 100을 밑돌았다. 그렇잖아도 기업경기실사지수(BSI)와 소비자동향지수(CSI)를 합성한 경제심리지수(ESI)의 7월 순환변동치는 95.5를 기록해 한은 금리인상이 있었던 지난해 11월(99.0) 이후 8개월째 하락세를 지속 중이다. 이는 지난해 1월(95.2)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기도 하다.

특히 7월 취업자 증가폭이 전년 동월 대비 5000명에 그치며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10년 1월 이후 8년 6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는 소식은 채권시장 랠리를 촉발했다. 정부가 고용 촉진을 위해 적극적인 재정 정책 등 대응책을 쏟아내는 상황에서 한은이 연내 금리인상을 단행할 수 있겠느냐는 의구심이 확산했기 때문이다.

다만 생산가능인구가 줄면 고용률이 같더라도 취업자수가 감소하게 마련이다. 또 7월 고용률과 실업률에 큰 변화가 없고, 고용률의 12개월 평균 장기추세선은 2009년을 저점으로 꾸준히 증가하는 상황이다. 박근혜정부 당시 60%대 중반을 유지하던 고용률 장기추세선은 문재인정부 출범 후 60%대 후반까지 올라서 있는 중이다.

이에 따라 실제 고용지표가 부진한지는 더 따져볼 일이다. ‘인구구조 문제’라는 통계청 설명에 상당 부문 일리가 있기 때문이다.

한은이 연내 금리인상 의지를 꺾었다는 신호도 아직 없다. 최근 고용부진과 관련해 우선 17일 한은의 한 고위관계자는 하반기 개선을 예상했다. 21일 금통위원들을 대상으로 이투데이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입장이 다소 신중해진 것은 사실이나 그간의 기조를 바꿀 정도는 아닌 것으로 보인다.

이주열 한은 총재도 시장과의 긴장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고무줄을 당겼다 풀었다 하듯 관리해 오고 있는 중이다. 5월 초 필리핀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와 5월 하순 임지원 신임 금통위원 임명장 수여식, 지난달 말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업무보고 자리가 대표적이다. 전월 말 국회 기재위에 출석했던 이 총재는 정책 여력 확보 차원에서의 금리인상이 필요하다는 점을 재차 강조한 바 있다.

한은은 그간 성장세가 2%대 후반의 잠재성장률 수준을 유지하고, 소비자물가도 올 하반기 한은 물가목표치인 2%에 근접할 것이라고 밝혀온 바 있다. 아울러 7월 금통위 의사록에서 윤면식 부총재 추정 위원은 “미 연준과의 정책금리 격차 확대에 따른 잠재적 불안 요인을 사전에 완화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미 연준(Fed)이 9월과 12월 금리인상을 할 경우 100bp까지 확대될 금리역전 폭을 우려한 대목이다.

과욕은 자칫 낭패를 초래할 수 있음을 상기할 때다.kimnh21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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