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업 고용시장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상시·임시직 증가 폭 회복세에도 일용직은 감소세를 이어가고 있다. 그 배경 중 하나로는 중국인에 의한 노동력 대체가 지목된다.
22일 고용노동부와 통계청 등에 따르면, 최근 건설업에서 상시직과 임시직은 증가 폭이 회복되고 있으나, 일용직과 고용원이 없는 자영업자는 감소세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건설업에서 고용원이 없는 자영업자는 굴삭기 운전기사 등 개인사업자, 즉 특수형태근로종사자를 의미한다.
우선은 건설경기 악화와 지난달 내내 지속된 폭염이 일용직 감소의 직접적인 원인이 됐다. 고용부 관계자는 “최근 건설기성이 위축되고 있고 주택사업들도 대부분 마무리되고 있다”며 “특히 일용직은 날씨의 영향을 많이 받는데, 7월 조사 대상 주간에 폭염이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이어 “작년에 건설업이 너무 장기간 호황이었던 것도 올해 건설업이 상대적으로 부진한 원인 중 하나”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최근 이어진 건설업의 일용직 감소는 이 같은 상황들만으로 설명이 어려울 만큼 그 규모가 크다. 7월 건설업을 비롯한 전체 일용직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2만4000명 줄었다.
다른 배경으로는 외국인에 의한 노동력 대체가 꼽힌다. 실제로 일용직 일자리가 줄었다기보단, 일자리를 외국인들에게 빼앗겼다는 것이다. 건설현장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건설현장의 일용직은 빠르게 중국인으로 대체되는 추세다. 중국인들은 주로 70~100명 단위의 팀으로 움직이는데, 현장에 모자란 인력만 보충하는 것을 넘어서서 물량을 통째로 맡아 버린다. 이 과정에서 내국인의 일자리는 사라진다.
현장에선 중국인들을 고용하는 게 어쩔 수 없다는 분위기다. 한 관계자는 “가령 10명이 모자란다면 10명만 보내주는 게 아니라 자기들이 데리고 있는 인력을 모두 넣으려고 한다”며 “결국 모두 중국인으로 쓰거나, 아예 안 쓰거나 둘 중 하나인데 필요한 인력을 다 내국인으로 구하는 게 어려워 울며 겨자 먹기로 중국인을 쓸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건설현장에서 일용직으로 일하는 외국인 중 상당수가 관광비자 등으로 입국한 불법 취업자라 그 구체적인 규모는 확인이 불가능하지만, 이들의 국내 고용시장 진입이 내국인의 일자리를 줄였을 개연성은 충분하다.
성재민 한국노동연구원 동향분석실장은 “건설업에서 물량이 일정 수준으로 유지되면 상용직과 임시직은 증가하는데, 일용직은 상대적으로 증가 속도가 늦다”며 “그런데 상용직과 임시직은 몇 달째 느는데 일용직은 계속 큰 폭으로 줄어든다면 늘어난 일용직 일자리에 외국인이 들어갔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객관적으로 파악이 불가능해 추측에 불과하지만, 아마도 외국인이 일자리를 먼저 채웠다면 내국인은 나중에 남는 자리에나 들어갈 것이고, 일자리가 줄어들 때도 우선적으로 정리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