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 여행을 좋아해서 올해 휴가는 어디로 가야 할지 고민이 많았다. 여행 블로그를 뒤지던 중 인상 깊은 사진에 시선이 고정됐다. 밤하늘을 가득 메운 멋진 별 사진이었다. 별을 제대로 보려면 몽골 고비사막에서 봐야 한다는 것이 여행 고수들의 조언이었다. 고민 없이 몽골행 비행기표를 끊었다.
드넓은 초원의 주황빛 모래사막은 숨막히는 비경을 전해 주었다. 하루에 500㎞씩, 그것도 포장도로가 아닌 비포장도로를 4일 동안 2000㎞ 정도 달렸다. 사막의 기후는 유달리 변덕이 심하다. 낮에 날씨가 너무 맑아 파란 하늘을 보면 밤에는 소나기와 먹구름에 별을 볼 수 없었다. 4일 넘게 먹구름 낀 밤하늘만 봤다. 드디어 사막의 마지막 밤이었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낮에 비가 추적추적 내렸다. 저녁이 되자 언제 그랬냐는 듯 하늘이 맑게 개었다. 밤 10시가 되니 맑은 밤하늘을 볼 수 있었다. 그런데 생각만큼의 많은 별들을 볼 수 없었다. 우리나라에서도 시골에 가면 볼 수 있을 만큼의 별들이 다였다.
사막투어 현지 가이드가 새벽 3시 이후에 나와 보라고 말했다. 이유를 물으니 밤에는 달빛이 너무 밝아 별들이 생각만큼 밝게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달이 지면 내가 원하는 별들을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알람을 맞춰 놓고 새벽 3시 반에 일어나 하늘을 봤다. 입이 딱 벌어졌다. 내 평생에 이런 별을 볼 수 있다니…. 사진에서 보던 별 사진들을 비웃듯 몽골 고비사막의 하늘은 가히 별천지였다. 그림책에서만 봤던 은하수도 볼 수 있었다. 사막 한가운데 돗자리를 깔고 30분 넘게 멍하니 별들만 바라봤다. ‘죽기 전에 이 별들을 또 볼 수 있을까’라는 생각에서였다.
별은 항상 그 자리에서 빛나고 있다. 단지 달이나 가로등과 같은 다른 밝은 빛이 있어서 그 아름다운 별들을 볼 수 없었을 뿐이다. 그 밝은 것들이 사라지고 어둠이 내려야 이쁜 별들의 소중함과 아름다움을 알 수 있다. 직장생활 12년차, 몸 건강하게 특별한 것 없이 무료한 생활 속에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몸이 아파서 가족들의 간호를 받을 때, 회사에서 동료의 도움과 격려로 힘든 일을 헤쳐 나갈 때, 힘든 일을 겪어 친구의 위로를 받을 때가 있다. 그때가 되어서야 반짝반짝 빛나는 내 주변의 소중한 별들을 보곤 한다. 그들은 내 주변에서 항상 빛나고 있었는데 말이다.
지금 생활이 특별할 것 없이 무료하다고 불만하지 않을 것이다. 그만큼 지금은 내 주변이 밝다는 것일 테니. 그리고 너무 걱정하지도 않을 것이다. 밝은 지금은 느끼지 못하지만 항상 내 주변에서 빛나고 있는 별들이 어두워질 때 다시 나에게 반짝반짝 빛나는 별로 비칠 것이기 때문이다. 오늘도 내 소중한 별들에게 고마워하며 즐거운 하루를 보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