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업계의 유리천장이 좀처럼 깨지지 않고 있다. 올해 6월 말 기준 정유 4사 전체 임원 중 여성 임원의 비율은 2.4%에 불과했다. 전체 임원 100명 중 98명이 남성이라는 뜻이다. 반면 유럽 주요국 상장기업의 여성 임원 비율은 2016년 기준으로 26.2%였다.
전체 직원 중 여성의 숫자 역시 11%에 지나지 않았다. 정유사 남성 직원과 여성 직원의 올해 상반기 급여에는 대개 2000만 원~3000만 원 정도의 격차가 존재했다.
이와 관련, 정유업계 관계자들은 “고용여력이 많지 않고, 근속 연수가 긴 산업의 특성 상 단편적인 데이터가 그렇게 나타날 뿐, 현장에서의 유리천장은 점차 사라져가는 추세”라며 “여성 팀장이 등장하거나 과장, 대리, 사원 등의 직급에서 여성들의 비중이 늘어가는 등 벽이 허물어지고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22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 GS칼텍스, 에쓰오일, 현대오일뱅크의 전체 246명의 임원 중 여성 임원은 단 6명뿐이었다. 이 중 전체 등기임원 36명 가운데 여성임원은 SK이노베이션의 하윤경 이사, 에쓰오일의 신미남 감사위원으로 단 두 명이었다. 비등기 임원 210명 중 4명의 여성임원은 모두 SK이노베이션 소속이었다.
정유 4사의 전체 직원 9776명 중에 여성 직원은 1074명으로 11%를 차지했다. SK이노베이션이 22.6%로 가장 여성 직원의 비율이 높았다. 뒤이어 GS칼텍스(10.2%), 현대오일뱅크(7.7%), 에쓰오일(7.3%) 순이었다.
남녀 임금 격차는 업체·사업부문별로 평균 적게는 500만원에서 많게는 4000만원까지 차이가 났다. 올해 상반기 SK이노베이션의 남성 직원은 여성 직원보다 평균 2600만 원의 보수를 더 지급받았다. 같은 기간 GS칼텍스는 정유 사업 파트에서 남성의 급여가 여성보다 2500만 원 더 많았다. 석유화학 사업은 4200만 원, 기타 사업 부문은 500만 원의 격차가 존재했다.
에쓰오일은 정유, 윤활, 석유화학, 기타 사업 부문 별로 각각 3000만 원, 3500만 원, 33000만 원, 2300만 원의 남녀 임금의 차이가 있었다. 현대오일뱅크 역시 남성이 여성보다 평균 2600만 원의 급여를 더 받아갔다.
이에 대해 한 정유업계 관계자는 “정유회사는 화학공학 등 공대 졸업자들이 많이 입사를 하는데 인문계에 비해 이공계에 진학하는 여성들이 적다보니 입사 자체가 적은 측면이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최근에는 여성들의 입사가 늘어나고 있지만 정유회사는 산업의 특성 상 고용여력이 많지 않은데다가 근속연수가 길다”며 “이 때문에 과거에 입사했던 남성 직원들이 많이 존재하고, 이들이 근속연수에 비례해 많은 임금을 받아가게 된 것이지 성별에 따른 급여의 차이라 보긴 어렵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