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유가 등 원자재 가격 상승,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고용비용 증가 등 비용 인상 인플레이션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비용 인상 인플레이션 현실화되나’란 경제 주평 보고서를 통해 최근 공급자 측 물가 상승으로 향후 물가 상승 압력 발생 우려가 있다고 밝혔다. 비용 인상(Cost-push) 인플레이션이란 외부 충격으로 인한 생산량 감소와 생산비용 증가에 따라 발생하는 물가 상승을 의미한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2017년 하반기 이후 급격한 하락 추세를 지속하던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회복세를 보이다가 최근 상승세가 소폭 둔화하는 모습이다. 생활물가 상승률은 2016년 하반기부터 가파르게 상승하며 소비자물가 상승을 주도했으나, 이후 급격히 하락하며 2018년 초 0.8%까지 떨어졌다가 최근 1%대 중반 수준으로 회복하고 있다. 생산자물가는 2016년 말 상승세로 전환됐으나, 2017년 상반기 이후 다시 하락 추세를 보이며 1%대 초반 수준까지 하락했다. 2018년 이후에는 2%대 중반 수준까지 회복해 상승 추세를 지속하고 있다. 2016년 말부터 가파른 상승 추세를 바탕으로 생산자물가 상승을 견인하던 상품물가는 이후 하락 추세로 반전하며 2018년 1월 0.9%까지 떨어졌으나 최근 3%대 초반 수준으로 회복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비용 인상 인플레이션 주요인을 국제 원자재 가격 상승, 고용비용 상승, 금융비용 증가, 임대비용 상승, 폭염 영향 등 다섯 가지로 꼽았다.
우선 2014년 이후 하락세를 보이던 국제 원자재 가격이 최근 다시 반등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수입물가도 상승 추세다. 국제유가는 2010년 초반 배럴당 100달러 수준에서 2016년 1월 26.9달러로 하락한 이후 상승세로 전환해 2018년 8월 현재 72.1달러 수준이다. 국제 식량 가격도 2016년 이후 상승세를 이어가다가 최근 보합세를 보이고 있고, 이들을 통합한 CRB(원자재 가격 국제기준)지수도 2017년 초반 이후 오름세 유지하고 있다. 국내 전 품목 수입물가는 2016년 이후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고, 수입 비중이 높은 광산품(원유, 유연탄, 천연가스 등)의 경우 급등하는 모습이다.
고용비용도 상승할 것으로 전망된다. 근로자의 임금 수준 상승은 기업 등의 노동비용 증가로 이어지는데, 최저임금 인상 및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정책 등도 노동비용 증가 압력으로 작용한다. 2012년 이후 하락 추세이던 임금 총액 증가율은 2014년 이후 상승 추세로 전환했고, 2018년(1~5월 누계 기준 전년 동기 대비)에 큰 폭으로 상승했다. 여기에 2018년 최저임금은 시급 7530원으로 2017년 최저임금 6470원 대비 1060원(16.4%) 인상해 역대 최고 수준 인상액을 기록했고 내년 최저임금은 8350원으로 올해 대비 10.9% 올라간다. 이 같은 고용비용 상승이 물가에 반영될 전망이다.
금융비용도 인플레이션의 요인으로 꼽힌다. 2017년 미국 연준과 한국은행은 경기 개선세를 반영해 기준금리를 인상했고 2018년 들어 연준은 기준금리 인상을 계획대로 진행 중이다. 한국은행은 2017년 말 기준금리를 1.25%에서 1.5%로 0.25%포인트 인상해 시장금리 상승을 압박하고 있다. 가계의 예금은행 기준 신규대출 금리는 2016년 8월 2.95%를 기록한 뒤 꾸준히 상승해 2018년 6월 기준 3.72%를 기록했다. 기업의 예금은행 기준 신규대출 금리도 2016년 7월 3.37%에서 2018년 6월 기준 3.63%로 소폭 상승했다.
2017년 하반기 이후 상업용 지가상승률이 높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상업용 부동산의 임대료도 상승할 가능성이 있다. 2017년 1분기를 기준으로 통계상 단절이 발생해 2017년 전후의 지가상승률 비교는 어려우나, 2017년 하반기 이후 상승률이 확대하고 있다. 2017년 상반기 이후 중대형 상가와 집합상가는 상승세를, 소규모 상가는 소폭 하락세를 보이는 것으로 분석됐는데, 상업용 지가상승률이 반영될 경우 단기적으로 상업용 부동산의 임차료가 상승할 가능성이 있다고 현대경제연구원은 판단했다.
폭염도 물가 상승 요인이다. 1991~2017년 7~8월 폭염 일수가 평균인 4.3일보다 짧았던 해 신선식품 물가 상승률은 3.4%로 낮은 수준을 보였지만 폭염 일수가 평균보다 길었던 해의 경우 8.0%로 크게 증가했다. 올해 폭염 일수는 26일을 넘었다.
이 같은 공급자 측 요인들의 급격한 변화로 인해 단기적으로 물가상승률이 확대될 가능성이 존재한다고 현대경제연구원은 판단했다. 이에 따라 비용 상승형 인플레이션의 충격이 국내 경제에 부담으로 작용하지 않도록 물가관리 체계를 강화해야 한다고 현대경제연구원은 조언했다. 특히 생활물가 안정을 통해 가계의 실질 구매력 약화를 방지하고, 가계소득 확대를 바탕으로 가계 소비 여력을 확보해 서민의 경제적 부담을 완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향후 국제식량가격 상승과 폭염의 영향이 국내 식탁물가 급등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수급 조절 기능을 강화하고, 민족 대명절인 추석을 앞두고 제사용품 등 추석 성수품에 대한 물가 안정 노력을 통해 서민들의 물가 부담을 최소화해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