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화 실질실효환율이 2개월째 급락세다. 7월 하락률은 조사대상국 61개국 가운데 8위에 올랐다. 직전월에도 하락률 상위 10위에 오른 바 있다.
미중간 무역분쟁이 확산되면서 원·달러가 급등(원화가치 하락)한 때문이다. 다만 미국과 무역분쟁 혹은 제재 당사국인 중국 및 터키를 제외할 경우 주요국 통화중에서는 가장 큰 폭으로 영향을 받는 모습이다. 자칫 이들 통화의 ‘프록시(proxy, 대리)’ 통화 역할을 하면서 위기를 맞는 것은 아닌지 우려되는 대목이다.
실질실효환율이란 세계 61개국의 물가와 교역비중을 고려해 각국 통화의 실질적 가치를 보여주는 지표다. 수치가 100보다 높으면 기준연도(2010년)보다 그 나라 화폐가치가 고평가 됐다는 의미며, 낮으면 저평가 됐다는 뜻이다. 즉 이 수치가 상승하면 수출의 가격경쟁력이 약화됨을, 하락하면 강화됨을 의미한다.
월별 하락률은 베네수엘라(-29.63%)가 가장 컸다. 이어 미국과 무역분쟁을 겪고 있는 중국(-2.75%)과 미국 제재를 받는 터키(-1.57%)가 그 뒤를 이었다. 반면 한국의 주요 교역국인 일본(0.23%, 0.17포인트)과 유로존(EU, 0.85%, 0.82포인트)은 되레 올랐다.
7월 평균 원·달러 환율은 전월보다 2.7%(30.0원) 급등한 1122.8원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10월(1131.57원) 이후 최고치다. 또 전월대비 상승률로는 2016년 11월(3.2%, 36.36원) 이후 1년8개월만에 최대폭이다.
이와 관련해 한국은행 관계자는 “미중 무역분쟁이 계속되는데다 신흥국 우려가 가세한 영향이 크다”며 “8월에도 좀 더 약세로 갈 수 있겠지만 일방적이지는 않을 듯 하다. 최근 미중간에 대화창구가 열리고 11월 정상들간 합의가 도출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있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그는 또 “중국 무역분쟁이 불거졌을때만해도 원화가 많이 동조화되는 모습이었다. 최근에는 이전만큼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터키 역시 근본적으로는 자국사정이 문제다. 모든 신흥국에 영향을 준다기보다 부채가 많거나 정치적 문제를 겪는 등 취약 신흥국을 중심으로 변동성이 크게 나타나고 있다”며 “원화도 단기적으로는 영향을 받겠지만 긴 시계로보면 차별화될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