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자동차업계의 중국 의존도가 심화하고 있다. 일본 최대 자동차업체 도요타는 중국에서 신규 공장을 건설하는 등 현지 생산능력을 종전보다 20% 증강할 계획이라고 17일(현지시간) 니혼게이자이신문이 보도했다.
도요타는 중국의 전기자동차 등 친환경차 수요에 대응할 목적이며 투자 총액은 1000억 엔(약 1조207억 원)에 이를 전망이라고 신문은 전했다.
쏠쏠한 수익원이었던 미국시장은 도널드 트럼프 정부의 보호무역주의로 불확실성이 더욱 강해지고 있다. 이에 일본 자동차업계는 세계 최대 자동차 시장인 중국에 더욱 초점을 맞추고 있다.
중국 정부는 내년부터 전기차와 플러그인하이브리드차량(PHV) 등 친환경차를 일정 비율 생산할 것을 업체에 요구하고 있다. 전기차 공장을 국내에 유치, 기술을 축적하려는 의도다. 아울러 무역 마찰이 확산하는 가운에 외국업체의 합작사 과반 지분을 용인하는 등 시장 개방을 강조하고 있다.
도요타는 톈진에서 FAW그룹과, 광저우에서는 광저우자동차와 새 합작 공장을 세울 계획이다. 현재 중국 전체에서 연간 116만 대를 생산할 수 있으며 신규 공장이 완공되면 전기차나 PHV를 약 12만 대 더 생산하게 된다. 올해 중국 판매는 전년 대비 9% 늘어난 140만 대로, 사상 최대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오는 2020년에는 중국에서 처음으로 도요타 브랜드 전기차를 현지 생산해 출시할 계획이다.
도요타가 이렇게 공을 들이는 것은 그만큼 중국시장이 일본 자동차업체에 갖는 중요성이 더욱 커졌기 때문. 올해 중국 자동차 시장규모는 3000만 대에 달해 미국의 약 1750만 대를 크게 웃돌 전망이다. 중국은 201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일본과 미국시장의 보완적인 위치였지만, 최근 5년간 일본 업체의 중국 신차 판매가 60% 증가하는 등 상황은 크게 바뀌었다.
일본 자동차업체 7개사의 올해 1~7월 중국 신차 판매 대수는 약 265만 대로, 전년 동기 대비 5% 늘었다. 연말까지 이런 성장세를 유지하면 일본 자동차의 중국 판매는 500만 대를 넘게 된다. 반면 올해 일본시장에서의 판매는 490만 대 정도에 그쳐 사상 처음으로 중국 판매가 일본을 뛰어넘을 것으로 보인다.
다른 일본 업체도 중국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혼다도 올해 중국 전용 전기차를 출시하고 오는 2025년까지 20개 차종 이상의 전기차를 투입할 예정이다. 닛산도 현지 합작사 생산능력 확대와 전기차 개발 등에 5년간 약 1조 엔을 투입한다.
다만 중국 사업은 정치 환경에 크게 좌우된다는 위험을 내포하고 있다. 최근 미중 무역전쟁 영향으로 불매 운동 움직임이 일면서 중국 내 미국 자동차 판매가 부진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일본 자동차업체들도 지난 2012년 센카쿠 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 영유권 분쟁에 따른 반일 시위 확대로 홍역을 치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