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사례는 다른 나라 얘기가 아니라 앞으로 발생할 우리나라 얘기가 됐다. 다음 주부터 한국도 다른 나라의 생물유전자원을 사용하려면 사전에 승인을 받고 이익을 공유해야 한다. 나고야의정서의 국내 이행 법률인 ‘유전자원법’이 18일부터 전면 시행되기 때문이다. 유전자원법이 줄 충격을 줄이고 국내 유전자원을 보호하고자 정부와 공공기관들이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나고야의정서는 ‘유전자원의 사전 접근 승인과 그 이용으로부터 발생하는 이익의 공정하고 공평한 공유’에 관한 국제협약이다. 2014년 발효돼 지금껏 105개 나라가 비준했다. 나고야의정서를 비준한 나라는 다른 나라의 동식물이나 미생물을 경제적으로 활용하려면 사전에 승인을 받고 대가를 내야 한다. 다른 나라가 한국의 유전자원을 이용할 때도 마찬가지다. 이를 위반하면 이행 법률에 따라 법적 처벌을 받을 수 있다. 한국도 지난해 이행 법률인 유전자원법을 제정했다. 이 법은 유예기간을 거쳐 다음 주 전면 시행을 앞두고 있다.
유전자원법 시행으로 바이오와 화장품, 식품 산업 그리고 농업 등이 큰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생물 유전자원을 많이 사용하는 업종이기 때문이다. 자칫 로열티로 기업의 부담이 가중될 수 있다. 산업계가 이 같은 어려움을 겪는 일을 예방하기 위해 관련 공공기관들도 지원 태세를 갖추는 데 주력하고 있다.
농촌진흥청은 농업유전자원센터를 중심으로 지원 업무를 준비하고 있다. 센터 안에 ‘나고야의정서 대응 특별 전담조직’을 설치하고 국내외 농업 유전자원 분야와 활용, 이익 공유 과정을 지원할 예정이다. 국내 유전자원을 확보하는 데도 주력하고 있다. 농촌진흥청이 보유한 유전자원의 수는 31만2299개다. 식물 종자 22만여 개, 식물 영양체 2만8000개, 미생물 2만3000 개 등이다. 농촌진흥청은 이 중 3만3164종에 대해 한국의 자원 주권을 주장할 계획이다. 나고야의정서에서 인정한 보존 유전자원(7만2142개)의 46%가량이다. 한국의 유전자원 주권이 인정되면 그만큼 산업의 부담은 줄어들고 반대로 외국에 로열티를 요구할 수도 있다.
산림청은 지난해부터 대응팀을 구성하고 일찌감치 ‘나고야의정서 체제’ 대비에 나섰다. 대응팀에서는 업계에 유전자원 관련 정보를 제공하고 유전자원법에 대해 자문하고 있다. 유전자원 접근 신고 등을 손쉽게 할 수 있는 시스템도 8월 중 선보인다. 산림청 역시 장기적으로는 해외 유전자원 활용에 따른 비용 부담을 줄이기 위해 국내 유전자원을 발굴한다는 계획을 하고 있다. 산림청은 2만여 종으로 추정되는 산림 유전자원을 발굴하고 이를 활용하기 위해 수집·보존·특성평가를 강화할 예정이다. 이를 위해 산림청은 국립수목원, 국립산림품종관리센터, 국립산림과학원 등과 머리를 맞대고 있다.
농업기술실용화재단은 의정서 발효 직후부터 유전자원 관련 기술 이전에 관해 농식품 기업에 조언하고 있다. 재단은 유전자원법이 시행되면 유전자원을 활용한 기술 이전, 상품화 교육을 더욱 확대할 계획이다. 농림축산식품부도 나고야의정서 체제에 대비한 민관 협력 체제를 더욱 강화하고 있다. 농식품부는 식품업계, 제약업계, 농업계, 종자업계를 아울러 기업과 전문가가 참여하는 ‘나고야의정서 대응 협의체’를 조직할 예정이다. 14일에는 관련 기관과 기업, 전문가가 참여하는 ‘나고야의정서 인식제고 세미나’도 열었다.
이날 세미나에서 농식품부 관계자는 “해외 유전자원 이용에 대한 가이드라인 제시, 사례별 대응 방안 마련 등으로 (나고야의정서가) 국내 산업계에 미칠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할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