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영진 대기자의 현안진단』
서울시가 2022년까지 임대주택 24만 가구 공급을 위한 구체적인 방안 마련에 나섰다. 이는 박원순 시장의 공약사업으로 매년 평균 6만 가구를 짓는 것이다.
시는 이를 위해 개발 여지가 큰 철도 부지를 적극 활용할 모양이다. 시가 들여다보고 있는 사업부지로는 개발 가능한 철도 부지 37곳이다. 이들 부지 가운데 지역 현황·주변 환경·활용 여건 등을 검토해 사업지역을 선정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진다.
철도 부지 가운데 활용성이 높은 곳으로 수서차량기지와 STR 수서역세권, 영등포역과 왕십리역 소화물 취급소, 용산역 인근, 서울역 북부 역세권, 창동 차량기지, 효창공원앞역, 금천구청역 등을 꼽히고 있다.
물론 이들 부지로는 박 시장이 언약한 임대주택 물량을 다 확보하기 어렵다. 일반 지하철 역세권에도 종 상향 조치 등을 통해 청년주택 건립을 활성화하겠다는 복안도 갖고 있다.
아무튼 적지 않은 물량이다. 특히 시가 추진하는 임대주택은 대부분 서민용이어서 기존 임대주택시장에 미칠 영향이 적지 않을 것 같다.
그렇다면 어떤 파장이 예상될까.
우선 건설 물량이 엄청나다. 연간 6만 가구는 평상시 연간 공급 실적과 비슷한 규모다. 지난해 11만 가구가 인·허가됐지만 대개는 6만~8만 가구 수준이다. 공공임대주택을 비롯한 아파트·빌라 등을 다 포함해 그렇다는 얘기다.
거의 연간 전체 주택 총 공급량과 맞먹는 규모다.
현실적으로 볼 때 가능성은 희박하다.
만약에 계획대로 그 많은 물량이 출하되면 수요가 풍성한 서울 주택시장도 온전할 수가 없다. 공급 과잉 사태가 벌어질 것이란 소리다.
서울 주택보급률은 96% 대로 현재 집이 모자라는 상황이다. 2016년 기준으로 총 가구 수는 378만 4700 가구인데 전체 주택은 364만 4100 채다. 계산 상 14만 600가구가 부족하다. 그러니까 박 시장의 공약이 계획대로 이뤄질 경우 서울도 주택 보급률이 100%을 넘게 된다. 연간 가구 증가량 4700여 가구를 포함해도 그렇다. 인구 전·출입 변동이 없다고 가정하면 오히려 8만 가구가 남는 셈이다.
이렇게 되면 주택가격 상승 우려보다 되레 급격한 침체를 걱정해야 할지 모른다.
임대주택뿐만 아니라 재건축·재개발을 통해 출하되는 민간 아파트와 민간 다세대·다가구주택·주거용 오피스텔까지 고려하면 수요보다 공급이 많은 심각한 수급 불균형 사태가 벌어질 확률이 높다.
물론 헌집에서 새집으로 또는 큰 집으로 이주하는 대체 수요도 있어 변수가 생길 수 있다.
그러나 이런 내용을 따져봐도 연간 6만 가구에 달하는 임대주택이 쏟아져 나오면 버텨내기 어렵다. 강남권과 같이 수요가 몰리는 인기지역을 제외한 지역은 직·간접으로 타격을 받을 것이라는 말이다. 더욱이 변두리 서민주택가는 직격탄 투하 여지가 많다.
생각을 해보자. 임대주택이 대거 들어서는 지역은 교통 여건이 좋아 살기가 편하다. 가격이 싼 이런 곳의 아파트에 변두리 허름한 다세대·다가구주택이 경쟁할 수 있겠는가.
물론 집이 남아돈다고 주택 가격이 떨어진다는 얘기는 아니다. 효용성이 있는 곳은 집값이 오를 수도 있다. 농촌지역에 인구가 줄었다고 집값·땅값이 떨어지지 않는 것과 비슷한 양상이다.
그러나 경쟁력이 떨어지는 곳은 대체할 수요가 없으면 어쩔 도리가 없다.
주택보급률 100% 시대가 되면 뜨는 곳과 지는 곳이 더욱 명확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