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멘에서 어린이들이 타고 있던 통학버스가 9일(현지시간) 사우디아라비아군에 폭격당해 최소 50명이 사망하고 77명이 다쳤다. 어른들의 전쟁에 아이들이 희생되자 국제 사회는 민간인 참사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CNN과 BBC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참사가 벌어진 곳은 예멘 북부 사다주의 자흐얀 지역이다. 이들은 시장으로 견학을 가던 중이었으며 피해를 본 아이들은 대부분 15세 미만이었다. 국제적십자위원회(ICRC)는 15세 이하의 사망자가 29명이며 이 중에는 6살 아이도 있었다고 밝혔다. 미렐라 호데이브 ICRC 대변인은 “병원이 매우 분주했다”며 “아침부터 다치고 죽은 아이들이 끊임없이 실려 왔다”고 당시의 상황을 전했다.
버스를 덮친 포탄은 사우디아라비아군에서 날아온 것이다. 사우디를 비롯한 아랍 10개국은 2015년 친사우디 성향의 아베드라보 만수르 하디 예멘 정권이 후티 반군에 전복되자 내전에 개입했다. 이들은 시장과 병원 등 민간인 시설을 가리지 않고 무차별적으로 공습을 단행해 국제사회의 비난을 받고 있다. 후티 반군은 현재 수도 사나와 북부 예멘을 장악하고 있다.
사우디는 그동안 민간인 피해에 침묵해왔으나 이례적으로 이번 폭격을 해명하고 나섰다. 투르키 알 말리키 아랍 연합군 대변인은 “이번 공습은 아이들을 겨냥한 것이 아니었다”며 “후티 반군의 미사일 발사대를 노린 적법한 군사적 행동이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테러행위를 위해 어린이를 방패로 삼는 것은 후티 반군”이라고 반발했다.
그러나 사우디의 해명에도 국제사회의 시선은 차갑다. 호데이브 대변인은 “아이들을 위험한 일에 몰아넣은 행위는 끔찍하고 비참한 일”이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로버트 마르디니 ICRC 중동 담당 국장도 트위터에 “이제는 예멘에서 일어나고 있는 비극을 멈출 때”라는 글을 올리며 전쟁을 끝낼 것을 촉구했다. 사우디 연합군을 줄곧 지지해왔던 미국도 한발 물러섰다. 헤더 나워트 미국 국무부 대변인은 “공습에 관한 모든 세부사항을 확인할 수는 없다”면서도 “민간인 사망자에 대한 소식을 진지하게 받아들인다”고 전했다. 이어 “사우디 연합군이 사건에 대해 철저하고 투명하게 조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엔은 예멘 내전을 끝내기 위해 본격적인 행동에 나설 계획이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이번 사건에 대해 “국제 인도법을 지킬 의무를 존중하고 군사 작전을 수행할 때 신중하길 바란다”고 전했다. 리즈 그란데 유엔 인도주의 조정관은 모든 당사자가 한자리에 모여 협상에 나설 것을 요구했다. 최근 마틴 그리피스 유엔 예멘특사는 다음 달 6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예멘 평화회담을 열겠다며 내전을 끝내기 위한 논의를 시작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