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론 슈트를 개발한 곳은 스위스 로잔 연방공과대학(EPFL)이다. 드론 슈트는 기존의 조이스틱 대신 센서가 부착된 옷과 고글로 구성됐다. 고글에는 드론의 관점에서 보이는 화면이 나온다. 센서가 달린 옷을 입고 상체를 움직이면 실제 드론이 몸의 움직임을 따라 비행한다.
연구진은 드론을 조종할 때 사람들이 몸을 어떻게 움직이는지 알아내기 위해 모션 캡처 기술을 사용했다. 그들은 17명의 참가자를 선정해 상체에 19개의 모션 캡처 장치와 전극을 부착하고 고글을 씌워 드론 영상을 보여줬다. 그 후 참가자들에게 드론을 따라 해보라고 요청했다. 참가자들의 움직임은 오른쪽으로 돌거나 앞으로 날아가는 등 5가지 동작으로 압축됐다. 연구진은 모션 캡처 기술로 이를 관찰해 실제 드론 비행에는 4개의 모션 캡처 장치만 필요하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연구진은 39명의 지원자를 모집해 일부는 웨어러블 컨트롤러를 입히고 일부는 조이스틱 컨트롤러를 준 뒤 실제 드론을 조종하게 했다. 그 결과 웨어러블 컨트롤러를 입은 사람들이 조이스틱을 사용한 사람들보다 조종 기술을 빨리 배우고 비행 능력도 뛰어났다. 연구진은 실용성을 높이기 위해 가속계가 내장된 드론 슈트까지 개발했다.
드론 슈트는 재난 현장 등 사람이 접근하기 어려운 지역을 조사할 때 유용하게 사용될 전망이다. EPFL의 제니퍼 밀브라트 박사는 “실종자를 수색할 때 조이스틱으로 드론을 조종하면 비행에 신경을 쓰면서 주변을 감시해야 해 과부하가 생긴다”고 설명했다. 이어 “몸으로 조종하면 주변 환경에 좀 더 집중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높은 몰입도는 부작용을 가져올 수 있다. 군용 드론 조종사들은 상당한 수준의 트라우마에 시달릴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있기 때문이다. 밀브라트 박사는 “드론 슈트를 개발하는 동안 트라우마를 고려하지 않았다”며 “만약 드론 슈트가 군사적 용도로 사용되면 트라우마를 불러올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