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노조는 9일 서울 중구 다동 금융노조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33개 지부 노조원 9만3939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노동시간 실태에 관한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설문에 따르면 응답자 1만7739명 중 절반가량인 8179명(50.9%)은 매일 연장근로를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 포함해 1주일에 3일 이상 야근한다는 응답이 전체의 70.2%에 달했다.
금융노조 관계자는 “금융산업은 고질적인 장시간노동과 과당경쟁에 의해 유지되고 있다”며 “노동자를 인간이 아니라 비용으로 여기는 사측은 희망퇴직이라는 이름으로 인력을 감축하고 노동자에게 달성 불가능한 실적을 요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금융노조는 올 6월 실시한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설문 결과를 토대로 은행원의 연간 노동시간이 2724시간으로 OECD국가 평균 노동시간(1763시간)보다 961시간이 많다며 은행원이 장시간 노동 위험에 빠져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금융노조는 사측에 장시간 노동 문제 해결 요구를 촉구하며 33개 기관에서 약 2만9000여명의 추가 채용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또한 출퇴근 기록장치 설치를 의무화해 노동시간을 정확하게 측정하는 방안을 요구했다. 금융노조 관계자는 “은행은 조기 출근과 만성적인 야근에 시달리고 있다”며 “사측은 PC를 켜고 끄는 시간만으로 출퇴근을 관리하고 연장근로를 통제한다고 하지만 이러한 불완전한 장치로는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금융노조는 은행 간 과당경쟁이 직원들의 실적경쟁을 과도하게 유발한다며 현행 은행권 KPI제도 폐지를 주장했다. 연중 상시적으로 시행하는 캠페인이나 프로모션도 과장경쟁의 원인으로 지적했다.
이밖에 금융노조는 △국책금융기관 자율교섭 및 노동 3권 보장 △정년연장 및 임금피크제 개선 △노동이사제 도입 △3.7% 임금인상 △저임금직군 및 비정규직 처우개선 등의 요구안을 제시했다. 하지만 이러한 요구안에 대해 사측은 수용 불가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금융노조 관계자는 “(노조는) 파국을 원치 않지만 사측이 파국으로 몰고 있다”고 강력하게 비판했다.
금융노조는 93.1%라는 압도적인 찬성률로 쟁의행위 돌입이 가결된 만큼 총력투쟁을 진행할 것을 밝혔다. 이에 따라 금융노조는 9일 신한은행 본점, 20일 부산은행 본점, 22일 한국감정원 본점에서 지역별 순회집회를 열 계획이다. 8월 29일 서울시청에서는 수도권 조합원 결의대회를 개최하고 전면 파업은 다음달 중 들어갈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