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들어 러시아 시장 내 자동차 판매 증가율은 조금씩 둔화했다. 유럽기업인협회(AEB)가 발표한 판매 추이를 보면 지난달 승용차와 경상용차(LCV) 판매는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0.6% 증가했다. 올해 1월 증가 폭이 31.3%이었고 4월 증가 폭은 17.6%였던 것과 비교해보면 점차 둔화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올렉 모세예프 러시아자동차딜러협회 회장은 “정부가 첫차와 가족용 자동차 구매에 혜택을 주는 정책을 일시 중시하면서 저가형 모델에 큰 타격을 줬다”고 분석했다. 러시아 정부는 지난해 7월부터 올해 6월까지 첫차를 사거나 2명의 미성년 자녀가 있는 가족에 자동차 가격의 10%를 할인해줬다. 이 정책은 145만 루블(약 2556만 원) 이하의 차종에만 적용돼 저가형 모델을 선택하는 요인 중 하나로 작용했다. 최근 러시아 산업통상부는 프로그램을 재개하겠다고 밝혔지만, 전망이 분명하지 않은 상황이다.
내년 1월 1일부터 러시아의 부가가치세율이 20%로 올라서 해가 바뀌기 전에 판매량이 늘어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그러나 이는 단기적인 효과일 뿐 장기적으로는 자동차 제품 가격 상승으로 이어져 시장의 불안을 더한다. 블라디미르 미로쉬니코프 롤프 개발 담당자는 “많은 사람이 가격이 오르기 전에 차를 사려고 할 것”이라며 “부가가치세가 인상되면 소비자들의 부담이 된다”고 설명했다.
정책 변화는 제조업체들에 좋지 않은 신호다. 산업통상부는 올해 자동차 제조업체들에 100억 루블의 보조금을 약속했으며 내년에도 같은 규모의 지원금을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내년 1월 1일부터 현지 생산을 장려하기 위한 평가 시스템을 도입할 것이라고 예고하면서 기업들은 현지화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면 보조금을 받지 못할 처지에 놓였다. 타티아나 코파노바 딜로이트 자동차 부문 대표는 “현지화에 드는 비용은 소비자 가격 상승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우려를 표했다.
자동차 대출 증가는 시장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는 요인으로 기대된다. 코파노바 대표는 “현재 판매되는 자동차는 절반가량이 신용대출로 거래된다”며 “점차 70~90%로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기업들은 대출 프로그램을 확대하면 판매를 촉진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이미 기업 대부분은 특별 대출 제안을 내놨고 일부는 이자율 0%의 혜택을 제공한다.
외르그 슈라이버 AEB 회장은 “소비자 신뢰가 늘고 모델 교체 주기가 다가와 러시아 시장 전망이 긍정적”이라고 평가했지만, 전문가들은 시장 동향을 바꿀 수 있는 요인들이 많다고 지적했다. 모세예프 회장은 “낙관론과 비관론이 엇갈리고 있다”며 “앞으로 1년 이상은 시장이 교차로에 서 있는 듯 불확실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