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연 부총리는 이날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업통상자원부, 고용노동부, 중소벤처기업부, 공정거래위원회 등 관계부처 간부들과 함께 오전 10시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에 도착해 방명록에 서명하고 기념사진을 찍었다. 이어 단지 소개 영상을 시청하고 반도체 라인을 돌아본 후 이 부회장을 포함한 삼성 경영진과 오찬을 겸한 간담회를 했다. 간담회에서는 민간·정부 협력을 통한 혁신성장 생태계 조성, 청년 일자리 창출, 미래 신성장 동력 발굴·육성, 상생협력 강화 방안 등에 대한 논의가 이뤄졌다.
이날 행사의 핵심은 김 부총리와 이재용 부회장의 만남과 삼성의 투자 계획 발표였다. 그러나 애초 김 부총리 방문에 맞춰 삼성과 함께 발표하려던 140조 원 규모의 투자 계획은 잠정 연기됐다. 이는 이 부회장이 최순실 씨 관련 뇌물공여 혐의로 재판을 받는 상황에서 자칫 정부의 대기업 ‘팔 비틀기’로 보일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특히 청와대에서 ‘투자 구걸’이란 표현까지 쓰며 제동을 건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일부 진보진영을 중심으로 정부가 삼성에 투자ㆍ고용 확대를 위해 손을 벌리면 재벌개혁이 느슨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실제로 김 부총리는 지난달 26일 정부세종청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조만간 한 대기업에서 3조~4조 원, 중기적으로 15조 원 규모의 투자계획이 발표될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그리고 그다음 날 SK하이닉스가 경기 이천에 15조 원을 투입해 차세대 메모리 반도체 공장을 신설한다는 사업계획을 발표했다. 김 부총리가 올해 3월 SK를 방문한 것이 이번 투자를 끌어낸 것처럼 보이는 대목이다.
앞서 김 부총리 방문에 맞춰 LG가 19조 원 투자와 1만 명 신규 채용을, 현대차는 23조 원 투자와 4만5000명 신규 채용을, SK도 80조 원 투자에 2만8000명 신규 채용을, 신세계 역시 9조 원 투자에 3만 명 신규 채용을 발표했다. 이에 국내 1위 기업인 삼성이 SK를 뛰어넘어 100조 원 이상의 투자 계획 등을 밝힐 것이라는 예측이 나왔다.
삼성은 기재부와 협의하는 과정에서 다년간에 걸쳐 140조 원 규모의 투자 계획을 언급한 것으로 확인됐다. 일각에서 제기되는 100조 원보다 더 많은 액수다.삼성은 애초 발표하기로 한 투자·고용·사회공헌 등 확대 계획을 시기를 다시 정해 발표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