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시장을 장악한 글로벌 콘텐츠 기업들이 인구 대국 인도를 다음 격전지로 택하고 있다.
인도는 잠재력이 뛰어난 시장이다. CNBC에 따르면 휴대전화 보급 확대와 데이터 이용료 하락으로 인도에서 스마트폰을 통해 콘텐츠를 즐기는 사람이 늘고 있다. 특히 중산층을 중심으로 스트리밍 서비스의 호황이 예상된다. 시장조사업체 미디어파트너스아시아에 따르면 인도의 동영상 스트리밍 시장 규모는 7억 달러(약 7800억 원)를 웃돌고 있으며, 2023년에는 24억 달러 규모로 성장할 전망이다.
넷플릭스는 인도 시청자를 겨냥한 영어 및 힌디어 오리지널 콘텐츠를 제작하고 있다. 헤이스팅스 CEO는 “우리의 전략은 지역적인 콘텐츠를 만드는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달에는 최초의 힌디어 드라마 시리즈 ‘신성한 게임’을 내놓았다. 인도 소설이 원작이며 발리우드 배우들을 캐스팅했다. 넷플릭스는 델리 지하철과 공항 근처에 광고판을 설치하며 대대적으로 홍보했다. 인도 감독들의 단편 영화 4편을 모은 ‘러스트 스토리’도 인도 시장을 타깃으로 한 작품이다. 이달 말에는 호러 시리즈 ‘구울’을 공개할 예정이다.
2분기 가입자 증가세 둔화를 겪은 넷플릭스는 인도에서 신규 가입자를 다수 확보한다면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다. 토드 옐린 넷플릭스 부사장은 “우리는 인도 시장에 열중하고 있다”면서 “인도는 향후 몇 년간 우리의 가장 큰 성장 동력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아마존도 프라임비디오를 통해 인도에서 오리지널 콘텐츠를 제공한다. 다양한 장르의 콘텐츠 10개 이상을 제작 중이다. 아마존은 온라인 시장을 포함한 인도 사업에 50억 달러(약 5조6050억 원)를 투자했다.
인도 스트리밍 시장을 노리는 것은 넷플릭스와 아마존만이 아니다. 21세기폭스의 스타인디아가 소유한 ‘핫스타’는 이미 인도 시장을 장악한 선두주자다. IHS마르키트에 따르면 넷플릭스 인도 가입자 수는 지난해 말 기준 52만2000명이다. 반면 핫스타는 160만 명의 가입자를 보유하고 있다. 넷플릭스와 아마존은 이를 넘어야 한다.
상대적으로 비싼 구독료도 걸림돌이다. 미국 가정의 케이블TV 월간 이용료는 100달러를 넘지만 인도에서는 지난 20년 동안 4달러 수준이 유지됐다. 이에 넷플릭스와 아마존은 인도 이용자의 눈높이를 맞추기 위해 공격적인 할인 전략을 펼친다.
넷플릭스는 인도에서 500~800루피(약 1만3000원)의 월간 구독료를 책정했다. 아마존은 프라임 서비스 이용과 결합해 매월 129루피의 이용료를 부과한다. 미국에서 아마존 프라임 서비스 이용료가 연간 119달러인 것과 비교하면 매우 저렴하다. 그러나 미국 온라인 매체 쿼츠는 넷플릭스 최소 이용료인 500루피도 인도에서는 비싼 편이라고 지적했다. 인도 경제가 성장하고 중산층이 증가했다고 하지만 미국에 비하면 소비 여력이 작기 때문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많은 서구 기업들이 인도의 중산층에 대한 시장 판단을 잘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데브두트 파타나이크 전 퓨처그룹 임원은 “서구 기업들은 인도의 중산층을 자국의 중산층으로 보는 경향이 있으나 인도 부유층만이 서구 도시들의 중산층과 같은 생활방식을 가지고 있다는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