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준(Fed)이 9월 금리인상 가능성을 시사하면서 한국은행 고민은 더 깊어지는 분위기다. 한미 금리차 역전 확대에 따른 불안감이 가중되면서 금리인상을 서둘러야 할 필요성이 높아진 반면, 대내외 경제여건이 녹록지 않다는 점은 통화정책 변경의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어서다.
다만 연준이 금리인상에 속도를 내고 신흥국 불안이 가중될 경우 향후 전개상황을 장담키 어렵다. 이미 50bp(1bp=0.01%포인트) 역전된 연준(1.75~2.00%)과 한은(1.50%)간 기준금리 격차가 더 벌어지면 자본유출 등 우려가 현실화할 수 있어서다. 실제 지난달 31일 공개된 7월 금융통화위원회 의사록에서 한 금통위원은 “늦지 않은 시기에 기준금리를 인상해야 할 것”이라고 밝히면서 그 근거 중 하나로 “미 연준과의 정책금리 격차 확대에 따른 잠재적 불안요인을 사전에 완화한다는 측면”을 꼽았다.
반면 대내외 경제상황은 인상을 서두르기 어려운 여건이다. 우선 7월 소비자물가가 1%대 중반(1.5%)으로 한은의 물가목표치 2%에 한참 미치지 못하고 있다. 특히 한은이 더 주목하는 식료품 및 에너지 제외 근원인플레이션은 1.0%로 2000년 2월(0.8%) 이후 18년 5개월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잠재성장률을 끌어올릴 수 있는 투자도 부진하다. 2분기(4~6월) 중 설비투자는 전기대비 6.6% 감소(전년동기대비 -3.9%)해 2016년 1분기(-7.1%) 이후 2년3개월만 최저치를 기록했다.
미·중간 무역분쟁도 최근 환율전쟁으로까지 번지는 형국이다. 중국 인민은행은 1일 위안화 고시환율을 6.8293위안으로 고시해 지난해 5월31일(6.8633위안) 이후 1년2개월만에 최고(절하)치로 끌어올렸다.
이에 따라 신중론이 지배적이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금리를 유지하자니 자본유출이 높이자니 국내경기가 우려되는 딜레마에 빠졌다”며 “한은이 금리인상을 늦출 것으로 본다. 하반기 원·달러 환율이 급격히 오르지 않는다면 한미 금리차를 의식해 연말쯤 한 번 인상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김진일 고려대 경제학부 교수도 “자본유출입이 금리차에만 의존하지 않는다는 말에 동의하지만 이제는 다른 요인들을 좀 더 면밀하게 관찰해야 할 시기가 오는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올해 금리인상이 어렵다는 주장도 나왔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한미간 금리 격차는 아직 버틸만하다. 한은이 물가를 강조하지만 (물가가 상승하더라도) 공급측 압력이라는 점에서 금리정책 효과가 크지 않다”며 “국내 경제상황이 중요하다. 특히 투자가 플러스로 돌아설 때까지 기다려야 할 것이다. 올해는 지나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