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유는 물론 ‘비용’ 때문입니다. 정부 입장에서 ‘세수 확보’가 절실하다 보니 어떻게 해서든 세제 혜택을 줄이기 위해 ‘칼날’을 휘두르고 있는 셈이지요.
자동차 업계에서는 쌍용차가 대표적인 피해자입니다. 규제를 피해 새로운 차를 만들 때마다 정부가 또 다른 규제를 만들어 쌍용차를, 그리고 이 차를 구입한 고객을 압박했던 것이지요.
1990년대 말, IMF 이후 환율이 치솟으면서 휘발윳값이 2배로 뛰었습니다. 놀란 소비자들은 단가가 절반 수준인 디젤차로 몰렸습니다. 디젤 SUV에 집중했던 쌍용차 수요가 크게 늘어나던 시절이었지요. 이를 지켜본 정부는 디젤 단가를 휘발유의 80%까지 끌어올리며 세수를 챙겼습니다.
당시 네바퀴굴림 SUV는 ‘전시동원차’로 지정돼 세제 혜택도 컸습니다. 디젤 SUV로 수요가 집중되자 정부는 결국 디젤차에도 일반 승용차와 동일하게 배기량에 따른 세금을 부과했습니다.
쌍용차는 이 규제를 피하기 위해 5인승 무쏘를 7인승으로 바꿔 출시했습니다. 다인승 승용차로 분류되면서 100만 원에 육박했던 자동차 세금은 단박에 5만 원대로 줄었습니다. 너도나도 이 차를 사기 위해 줄을 서기도 했지요.
그런데 또다시 그림자처럼 새로운 규제가 등장했습니다. 정부가 7인승부터 누릴 수 있는 세제 혜택을 없애 버리고 기준치를 11인승까지 끌어올린 것입니다. 자동차 회사들이 어정쩡한 모양의 11인승 승합차를 내놓은 것도 이 때문입니다.
피해는 비단 자동차 회사뿐 아니라 일반 소비자에게도 돌아갑니다. 정부가 입이 마르게 칭찬했던 친환경 저공해차가 대표적입니다. 정부는 친환경차 보급 확대를 위해 다양한 세제 혜택을 앞세워 구입을 부추겼습니다. 그렇게 하고선 시간이 지나자 혜택을 소리 없이 없애거나, 오히려 새로운 규제로 발목을 잡기도 합니다.
지난달 소리 없이 사라진 저공해차 3종 자동차의 혜택이 대표적입니다. 정부는 2008년 대기환경보전법 개정안에 따라 배기가스를 적게 내뿜는 친환경차를 골라 혜택을 만들었습니다. △공영주차장 50% 할인 △혼잡통행료 감면 △환경개선부담금 영구면제 등을 내세웠습니다.
차를 고르는 운전자 입장에서 꽤 괜찮은 메리트였는데, 어느 틈엔가 이런 혜택이 소리 없이 사라지기 시작했습니다. 예컨대 저공해차 3종의 경우 50%였던 공영주차장 할인율을 20%로 줄였습니다. 차주들의 반발이 예상됐던지 별다른 예고도 없이 조용히 시행세칙을 변경했습니다. 다양한 혜택을 앞세워 입이 마르도록 친환경차 구입을 종용하더니 이제 갖가지 이유를 들어 이들을 몰아내고 있습니다.
자칫 요즘 자동차업계에서 큰 관심을 모으고 있는, 구입 때 ‘보조금’까지 지급하며 보급 확대를 추진 중인 전기차에 막대한 세금을 부과할지도 모를 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