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랑이’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이 금융권에 칼날을 들이대면서 은행도 대형로펌 힘을 빌려 맞대응하고 있다. 3년 전 폐지했던 종합검사 제도까지 하반기에 부활하면서 금융사의 로펌 의존도가 더욱 심화될 전망이다.
31일 업계 따르면 최근 금융감독원으로부터 경영실태평가를 받은 한 시중은행과 금융지주는 대형 로펌인 김앤장을 선임해 당국 검사에 대응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은행 관계자는 “지주 차원으로 경영 승계구도 관련 검사를 받으면서 김앤장 자문을 받았다”고 말했다.
2011년 저축은행 사태 이후 하루아침에 문을 닫는 일이 생기면서 금융사들은 금감원 검사에 종종 로펌의 도움을 받았다. 그러나 진웅섭 전 원장이 2015년 종합검사를 없애겠다고 나서면서 분위기가 달라졌다. 금감원의 검사 방향이 제재 중심의 위법성 검사에서 건전성 검사로 바뀌었기 때문이다.
이에 금융사들은 사내 법무팀으로 대응하기 시작했다. 금감원에 반발하는 것처럼 비쳐질 수 있어 대부분 검사에 협조했다. 금융 분야에 능통한 한 변호사는 “통상 금감원 검사는 사실 관계를 확정하는 단계라 로펌이 개입하지 않았다”며 “제재심의위원회 등 법률적인 판단이 필요한 부분을 주로 자문해왔다”고 전했다.
하지만 최근 윤 원장이 현미경 감독을 꺼내들면서 금융사들이 다시 긴장하고 있다. 특히 소비자 보호와 최고경영자(CEO) 선임절차 등 지배구조, 내부통제 등 이슈에 취약한 곳은 더욱 그렇다. 대형 로펌들도 금융개혁을 예고한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이후 이미 금감원 출신을 경쟁적으로 영입하고 있다. 법무법인 율촌은 4월 허환준(49·사법연수원 35기)·최종열(39·38기)·최용호(40·39기) 등 금감원 출신 변호사 3명을 충원했다. 법무법인 태평양도 금감원 출신 변호사를 지난해말부터 올해 초까지 잇따라 영입했다.
한 금융사 관계자는 “그동안 금감원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려 검사에 협조적인 편”이었다며 “이제 임직원 보호나 조직 기밀 보호 차원 등 이유로 적극 대응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변호인 조력을 받는 것은 당사자의 권리”라면서도 “다만, 검사 과정에서 서류 제출 요청 등을 거부하면 제재를 받을 수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