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기 씨는 지난해 초 척추 골절로 수술을 받고 부산 수영구 남천동의 한 요양병원에 입원했으며 거동 불편으로 종일 누워 지냈다.
최근 기력이 급격히 떨어져 며칠간 사람도 알아보지 못하는 등 의식이 저하된 채로 있다가 이날 오전 5시 48분께 노환으로 별세했다.
박종철 열사의 형인 종부(59) 씨는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오늘 새벽 4시 30분께 병원에서 아버지가 위독하다는 말을 전해 듣고 서울에서 부산으로 가던 중 비보를 접했다”고 말했다.
유족으로는 종부 씨와 박 열사의 누나 은숙(55) 씨가 있다. 유족들은 부산 시민장례식장에서 4일장으로 장례를 치르기로 하고 세부 일정을 협의하고 있다.
박종철 열사는 서울대 언어학과에 재학 중이던 1987년 1월 13일 경찰에 연행돼 남영동 치안본부 대공분실에서 서울대 민주화추진위원회 사건 관련 수배자 행방을 대라며 고문을 받다가 다음 날 사망했다.
경찰은 “책상을 ‘탁’치니 ‘억’하고 죽었다”는 허위 조사 결과를 발표해 사건을 은폐하려 했으나 이후 진상이 알려지면서 6·10 항쟁의 기폭제가 됐다.
박종철 열사와 이한열 열사, 6월 항쟁 등을 담은 영화 ‘1987’이 개봉돼 많은 사람이 당시 민주화 운동을 펼치면서 숨진 이들의 넋을 다시 기리게 됐다.
문무일 검찰총장은 지난 3월 20일 요양병원으로 박정기 씨를 찾아가 과거사에 대해 공식 사과했으며 위독하다는 소식을 듣고 지난 21일 재방문하기도 했다.
문 총장을 비롯, 부산고검장과 부산지검장 등 검찰 고위인사들이 이날 오후 장례식장을 찾아 조문할 예정이다.
한편 박종철 열사가 ‘탁’치니 ‘억’하고 쓰러졌다고 해 국민의 공분을 샀던 강민창 전 내무부 치안본부장은 지난 6일 86세에 노환으로 사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