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학대의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되는 ‘보육의 질 하락’은 공공보육을 민간에 떠넘긴 비정상적인 보육 체계에 기인했다는 게 일반적인 평가다. 2000년 1만5443곳에 불과했던 민간·가정어린이집은 전면 무상보육이 시행된 2013년 3만8383곳까지 늘었다. 이후 출생아 수 감소로 폐업이 이어지고 있지만, 올해 6월 기준으로도 민간·가정어린이집은 3만2705곳에 달한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발생한 수요·공급 불균형이다. 무상보육 시행으로 어린이집을 이용하는 만 0세 영아는 2001년 1만1632명에서 지난해 13만9654명으로 12배 이상 급증했으나, 어린이집은 2배가 조금 넘게 늘었다. 정창률 단국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수요가 공급보다 많아지면서 공급자는 서비스의 질을 관리해야 할 필요가 없어졌다”며 “처음부터 공공성이 강조되는 보육을 영리 추구 목적인 민간에 떠넘긴 게 잘못”이라고 지적했다.
여기에 보육교사 증가 폭은 어린이집 증가 폭에도 못 미쳤다. 어린이집 고용시장에서 사실상 경쟁이 이뤄지지 않으면서 보육교사의 진입장벽이 터무니없이 낮아졌다. 특히 현실과 동떨어진 보육료 지원으로 인해 최소 인원과 비용으로 시설을 운영하는 어린이집이 늘면서 현장 보육교사들은 열악한 근무 환경에 방치됐다.
이 같은 문제의식에 대해서는 복지부 내에서도 크게 이견이 없다. 문제는 현재의 무상보육 시스템을 개편하는 게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점이다. 무상보육의 개념과 내용은 법률(영유아보육법 제34조)로 규정돼 있어 개정을 위해선 여야 간 합의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현재로선 어떤 정당도 쉽게 무상보육 개편을 주장할 수 없을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복지부 관계자는 “무상보육은 정부 입장에선 섣불리 말하기 어렵다”며 “복지부는 처음부터 지금과 같은 형태의 무상보육은 안 된다는 입장이었지만, 법률에 규정돼 있어 시행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현실적인 방안은 재정 투입을 통한 보육의 질 향상뿐인데 이조차 여의치 않다. 복지부 관계자는 “우선은 보조교사를 비롯한 인력을 크게 늘릴 필요가 있다고 보고 있다”며 “하지만 논의도 더 필요하고, 무엇보다 예산이 들어가기 때문에 재정 부처와 협의도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