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사들이 최저임금 인상 후폭풍을 거세게 맞고 있는 가운데, 마케팅 비용 지출 규모가 1년 새 8000억 원이나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신용카드 가맹점수수료율 원가(적격비용) 재산정 과정에서 카드사의 마케팅 비용 반영 비율은 결정적 영향을 미친다. 결국 수수료 원가 항목 중 하나인 마케팅 비용의 반영 비율을 낮출수록 카드수수료 인하 여력은 커진다.
따라서 카드사들의 마케팅 비용 지출 규모가 정부의 수수료 인하 압박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지 주목되고 있다. 앞서 금융당국은 이달부터 과당경쟁을 우려해 카드사들에 일회성 마케팅을 대대적으로 축소할 것을 권고했다.
이투데이가 최근 금융감독원에 정보 공개를 청구해 열람한 ‘2017년 카드사 마케팅 비용 지출 규모’에 따르면 신한·KB국민·삼성·현대·롯데·우리·하나·BC카드 등 전업계 카드 8개사의 마케팅 비용 총액은 6조1000억 원으로 집계됐다. 2016년 5조3000억 원에서 1년 만에 8000억 원이 급증했다. 마케팅 비용의 증가폭은 2015년 이후 매년 5000억~8000억 원 수준을 유지했다.
이 같은 증가세는 카드사의 전체 비용 추이와 비교하면 더욱 두드러진다. 지난해 카드사 비용은 20조6645억 원으로 집계됐다. 2016년 19조4655억 원과 비교하면 증가폭은 1조2000억 원 수준이다. 같은 기간 마케팅 비용과 비교하면 전체 비용 증가분의 67%를 마케팅에 쏟아부운 셈이다. 심지어 2016년의 경우 전체 비용 증가폭은 마케팅 비용의 증가분보다 낮았다.
이와 맞물려 전체 비용에서 마케팅 비용이 치지하는 비중 또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2014년 23.5%, 2015년 25.3%, 2016년 27.2%에 이어 지난해에는 29.5%로 30%에 육박했다.
업계 관계자는 “카드업계의 마케팅 경쟁은 더욱 치열해지고 있는 상황”이라며 “내년부터 가맹점 수수료율 인하 등으로 비용 관리가 중요하지만 마땅한 수익원도 없고 새로운 수익원 창출도 당장은 어렵기 때문에 카드사들이 비용을 줄이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최근 금감원은 카드사들에 일회성 마케팅 규모를 축소하도록 권고했다. 카드사들이 마케팅에 수조 원에 달하는 금액을 투입하고 있는 것이 드러났고 당국에서도 이를 축소하라고 압박하고 있는 만큼, 정부와 당국이 추진 중인 0%대 수수료의 정책방향에서 카드사들의 비용 부담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