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복지부에 한 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사연은 이렇다. 민원인의 시아버지는 큰아들에게 집을 증여하는 대가로 생활비를 받기로 했다. 그러다 큰아들의 사정이 나빠져 생활비가 끊겼다. 시아버지가 다시 집을 달라고 하자 격분한 며느리는 수차례 복지부에 전화해 “시아버지가 큰아들 명의로 재산을 옮겨 기초연금을 부당하게 받았으니 기초연금 지급을 중단하고 그동안 지급한 연금을 환수해 달라”고 요구했다.
다른 민원인은 교통사고 건으로 복지부에 전화를 걸었다. 자신은 과실이 없는데 병원에서 입원을 시켜 주지 않는다는 내용이었다. 민원인은 “복지부에서 교통사고 환자를 입원시키지 말라고 지시했다고 들었다”며 화를 냈다. 그러고는 10분 넘도록 전화를 끊지 않았다. “애들한테 줄 돈 있으면 우리한테 더 달라”며 아동수당 정책에 항의한 기초생활수급자도 있었다.
복지부가 악성 민원에 몸살을 앓고 있다. 최근 복지정책이 확대로 전반적인 민원 접수 건수가 늘어나고 있는 가운데 복지부 업무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민원, 개인이나 가정 내 문제를 해결해 달라는 민원, 막무가내식 요구, 밑도 끝도 없는 욕설과 인신공격 등 악성 민원도 늘어나는 추세다.
19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6월까지 보건복지상담센터(129)에 걸려온 전화는 하루 평균 6700여 통에 달한다. 그나마 상담센터에 접수되는 민원은 대부분 단순 문의다. 본부에 직접 전화를 거는 민원인 중에는 ‘너무 화가 나 못 참겠다’거나 ‘기필코 끝장을 보겠다’는 식의 악성 민원인 비중이 크다. 본부로 직접 걸려오는 민원전화는 사업과당 30~50통 정도다.
한 관계자는 “업무방해로 고발해야 할 수준의 악질 민원인이 많다”고 토로했다. 그렇다고 뾰족한 수가 있는 것도 아니다. 다른 관계자는 “악질 민원은 민원인이 대부분 어르신이라 고발도 쉽지 않다”며 “그저 잘 달래서 전화를 끊게 하거나 동사무소, 상담센터 등으로 전화를 돌리게 하는 게 최선”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