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재벌 총수들에게 이같은 분류 기준을 적용한다면 과연 훌륭한 지도자로 꼽힐 만한 이들이 얼마나 될 지 알 수 없지만, 가장 좋지 못한 지도자로는 재계에서 요즘 몇 사람이 거론되는 것은 기자만의 시각은 아니다.
한진그룹과 금호아시아나항공. 국내 항공업계의 양대 산맥인 이 두 회사의 직원들은 요즘 오너 일가의 비리를 폭로하느라 발 벗고 나섰다. 이들 회사의 직원들은 연대집회에 나서며 ‘경영진 퇴출’을 외치고 있다. 어쩌다 이 회사의 회장님들은 이 지경이 됐을까.
다시 노자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제 감정이나 계산에 따라 이랬다 저랬다 하는 지도자를 누가 우습게 보지 않겠는가. 그런 지도자를 누가 믿고 따르겠는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직원들은 제 감정에 따라 직원들을 쥐고 흔들며 ‘갑질 사태’를 벌인 총수 일가나 멀쩡한 기업을 그룹 재건의 자금줄로 활용하며 뒤흔들다 망가뜨린 총수를 어떻게 믿고 따를 수 있겠냐고 말한다.
직원들의 비난에도 회장님들은 꿋꿋하다. 한 회장은 대국민 사과를 한다고 나온 자리에서 낙하산 논란을 일으킨 딸을 “예쁘게 봐달라”고 당부해 전 국민적 공분을 샀다. 또 다른 회장은 종이 한 장으로 사과를 대신했다.
상황을 너무 가볍게 보는 듯하다. 정부는 ‘재벌 갑질’을 청산해야 할 우리사회의 대표적인 생활적폐라고 지적했으며 외신들도 항공사가 한국 재벌개혁의 중심에 섰다고 보도하고 있다.
설사 이번 사태에 정치적 견해를 끌어들이지 않는다 하더라도 문제는 많다. 당장 회사가 ‘오너 리스크’로 위태로운 상황이다. 한 회장은 수백억 원대 상속세 탈루와 횡령·배임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다. 혐의가 입증 될 경우 회사는 치명타를 입게 된다.
경영권 승계를 준비하던 아들은 이번 사태로 대학졸업이 취소될 위기에 처했다. 대학 편입학과 졸업이 부정으로 이뤄져 ‘고졸’이 된 사장이 어떤 리더쉽을 발휘 할 수 있을지 의문스러운 상황이다.
‘매각설’까지 흘러나온 아시아나항공도 상황은 심각하다. 회사 측은 매각설과 관련해 극구 부인에 나섰지만 아시아나항공 오너 리스크가 추가 악재로 이어질 경우 추진 중이던 회사 재무 구조 개선 작업이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재무 상태가 회복 불가능한 상황으로 이어지면 적대적 M&A 대상이 될수 있다.
세상은 변했다. 직원들은 물론이고 국민과 정부가 더 이상 부당한 권력의 횡포를 용납하지 않는다.
다시 한번 노자의 말을 인용해 본다. 생이불유 장이부재(生而不有 長而不宰). 회사를 만들었으나 소유하지 않으며 키웠으나 지배하지 않는 덕이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