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자동차 산업이 위기에 직면했다. 미국 행정부가 무역확장법 232조를 앞세워 수입차에 대한 25% 관세 부과할 경우 최대 15조5000억 원(2017년 기준)에 달하는 수출 손실이 예상된다. 나아가 앞으로 5년 동안 65만여 개의 일자리까지 위협을 받을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왔다. 사실상 한국 자동차 산업의 명운이 걸려있는 셈이다.
오는 19~20일(현지시간) 미국 상무부는 워싱턴 D.C에서 ‘무역확장법 232조’ 조사 관련 공청회를 연다. 미국 정부가 수입차와 수입부품에 대해 20~25%에 달하는 관세 부과를 추진하기에 앞서 정부 차원의 타당성을 검토하는 자리다.
◇무역확장법 232조 공청회 위해 범정부 민관사절단 구성 = 정부는 앞서 “한국 자동차산업이 미국에서 3만 명 규모의 직접 고용을 창출하는 등 미 경제에 기여하고 있다”는 내용을 담은 의견서를 상무부에 냈다. 현대차도 의견서를 통해 “수입 부품에 25% 관세가 부과되면 미 앨라배마 공장의 생산비용이 연간 약 10% 늘어나고, 판매 감소와 수익성 악화로 이어져 미국 내 고용 인원을 줄일 수밖에 없다”는 뜻을 전달했다.
상황이 절박한 자동차 업계는 이번 공청회가 미국 정부를 설득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로 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29일 “무역확장법 232조 관련 조사는 3~4주 이내에 완료될 것”이라고 말했다. 7월 넷째 주까지 미국 정부가 결론을 낼 것으로 보인다.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은 앞서 제11차 통상교섭민간자문위원회를 통해 “미국 측 의사 결정 관련 핵심인사를 만나 한국에 232조 조치가 적용되지 않도록 설득할 것”이라면서 “철저히 실리에 바탕을 두고 대응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85만 대 수출길 막히면 15조5000억 원 손실 우려 = 우려가 현실로 이어진다면 한국 자동차 산업은 곧바로 위기에 직면한다. 지난해 한국의 전체 수출에서 자동차와 자동차 부품이 차지하는 비중은 각각 21.4%와 8.3%에 달한다.
우리나라가 지난해 미국에 수출한 자동차는 84만5000여 대로, 전 세계에 수출한 자동차(253만대)의 3분의 1에 해당한다. 그나마 2015년 106만6000여 대에서 약 23% 줄어든 규모다.
지난해 완성차 업체별 대미 수출 물량은 현대차 30만6935대, 기아차 28만4070대에 달한다. 한국지엠도 스파크 약 2만 여대와 트랙스 11만 대를 포함 13만1112대를 미국으로 수출했다. 르노삼성도 닛산 로그를 생산대행해 12만3202대를 미국에 수출했다. 85만 대에 육박하는 수출차에 관세 25%가 확정되면 사실상 현지에서 퇴출이나 다름없다.
일자리도 위축된다. 향후 5년간 자동차산업과 관련된 65만 명의 일자리가 사라질 것이란 전망도 나왔다. 최남석 전북대 무역학과 교수는 최근 ‘통상압력과 국내 자동차산업의 위기’ 보고서를 통해 “미국이 수입차에 25%의 관세를 물리면 2019~2023년 5년 동안 자동차 산업 전체의 일자리 손실이 64만6016개에 달할 것”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