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주자의 달러화예금이 급감하면서 원·달러 환율 상승을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외환시장에서 달러 공급여력이 줄어 수급공백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잖아도 원·달러 환율은 미중간 무역분쟁 격화 우려에 급등세(원화값·원화가치 하락)를 보이는 중이다. 원·달러는 최근 1130원에 바싹 다가서며 9개월만에 최고치를 경신했다.
부문별로는 기업이 448억2000만 달러로 전년 8월말(482억6000만 달러) 이후 최저치를 보였다. 전월보다 53억9000만 달러 줄어 달러화예금 감소폭의 대부분을 차지했다. 개인도 5억 달러 축소된 118억3000만 달러로 지난해 10월말(103억5000만 달러) 이후 가장 적었다.
거주자외화예금이란 내국인과 국내에 6개월 이상 거주한 외국인 및 국내에 진출해 있는 외국기업 등의 국내 외화예금을 말한다. 한은의 외환보유액에 빗대 제2의 외환보유액 내지 민간 외환보유액이라고 불린다.
원·달러 환율이 급등하면서 차익실현에 나선데다 반기말에 따른 기업 자금 수요가 맞물렸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실제 6월말 현재 원·달러 환율은 1114.5원을 기록해 작년 10월말(1120.4원) 이후 8개월만에 최고치를 경신했다. 전월말(1077.7원) 보다 36.8원(3.4%) 급등해 2016년 12월말(38.6원 상승) 이후 가장 큰 폭으로 올랐다.
시중은행의 한 외환딜러는 “수출업체 네고(달러매도) 물량은 원·달러 환율 1120원대에서 많이 소진됐다. 1130원선에서도 여전한 상황”이라면서도 “당장 공급이 부족한 상황은 아니지만 1140원대까지 오르면 모를일”이라고 말했다.
달러 공급의 원천인 경상수지 흑자폭도 줄어들 전망이다. 한은은 12일 수정경제전망을 발표하면서 국제유가 상승과 여행·운송 등 서비스수지 부진 등을 이유로 올 하반기 경상수지 흑자폭을 기존 425억 달러에서 365억 달러로 낮춰 잡았다. 내년 역시 기존 700억 달러에서 640억 달러로 줄였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5% 수준이던 국내총생산(GDP) 대비 경상수지 흑자비율도 올해와 내년 중 3%대 후반 수준으로 하락할 것으로 봤다.
또 6월중 비거주자의 차액결제선물환(NDF) 순매입규모도 132억9000만 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2016년 5월(147억4000만 달러) 이후 2년1개월만 최대 순매입이다.
다만 한은은 원·달러 환율 급등 가능성을 수급측면보다는 대내외 환경에 더 무게를 두는 모습이다. 즉 남북·북미 정상회담에 대한 기대감으로 4~5월 글로벌 달러화 강세를 반영하지 못했던 원화가 회담후 한꺼번에 달러화 강세를 반영했고, 최근 미중간 무역분쟁이 격화하고 있는 요인이 더 크다는 것이다..
16일 이주열 한은 총재는 김동연 경제부총리와 조찬회동을 한 후 기자들과 가진 질의응답에서 “원화약세보다는 글로벌 미 달러화 강세로 보는 것이 더 정확하다. 원화가 약세라고 생각했던 것은 6월 중순이후 단기간에 많이 나타났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한은 관계자도 “기업체 네고가 나오면 원·달러 상단을 저지해주는 흐름이 있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네고가 능동적으로 환율 가격을 결정하지는 않는다. 경상수지 흑자국이라는 점에서 달러 공급에 문제도 없다. 시장상황이나 미래 기대 반영 등이 더 중요할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