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들의 차명 계좌를 이용한 전 상장사 오너에게 과세당국이 이중으로 조세회피의 목적이 있다고 판단, 증여의제로 과세한 부분에 대해 최종 대법원 판결에서 국세청 패소 결정이 내려졌다.
증여의제란 법률상 증여가 아니지만 경제적으로 증여와 동일한 효과가 있어 세법상 증여로 간주하는 것을 말한다. 형식상으론 증여가 아니라 하더라도 실질적으로는 증여인 경우 증여로 간주해 세금을 부과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6월 이뤄진 대법원 판결(2018 두 36240 증여세 부과처분취소 사건)에 따르면 대법원은 조모씨가 국세청을 상대로 부당하게 과세된 차명계좌 증여의제 과세와 관련한 조세심판원 결정에 대해 잘못된 판단이라 보고, 증여세 부과처분 취소결정을 내린 고등법원의 판결에 최종 손을 들어줬다.
코스닥 상장사를 운영한 이모씨는 2010년 자금조달을 위해 인위적인 주가부양이라는 악마의 길을 선택했다.
이로 인해 그는 회사의 부도를 막고, 밀린 직원들의 급여를 다 지급했지만, 수사당국의 감시망은 벗어날 수 없었다.
실제로 이모씨는 자본시장통합법 위반으로 징역3년의 실형을 선고 받았다. 뿐만 아니라 출소 후에는 과세당국으로부터 세금 폭탄까지 떠안게 됐다.
당시 주가부양을 하기 위해 직원 5명의 차명 계좌를 도용한 것이 문제의 발단이 된 것이다. 하지만 과세당국은 주가부양과 상관없이 조세회피 목적이 있었다고 보고, 조모씨를 비롯해 총 5명에 대해 증여의제 과세를 부과했다.
1인당 평균 가산세를 더하면 7~8억원 규모다. 만일, 직원 5명에게 모두 과세가 될 경우 전 상장사 이모씨는 연대납세의무자로 약 30~40억원에 달하는 세금 폭탄을 맞게 된다.
이후 과세당국의 이 같은 처분에 대해 부당하다고 느낀 차명 소유주 조모씨외 2명은 행정심판을 요청했다. 하지만 조세심판원과 행정소송 1심은 이들의 손을 들어주지 않았다.
이에 불복한 조모씨는 홀로 항소를 진행했고, 항소심 고등법원은 주가를 인위적으로 부양하기 위한 것만으로 양도차익 과세를 피하기는 어렵다고 보고 원고 측 손을 들어줬다.
이에 대법원도 국세청의 상고에 대해 이유없다고 보고 최종 기각 판결을 내렸다. 문제는 그 다음이다. 조모씨를 제외한 나머지 차명주들에 대한 구제책이 현재로서는 없다는 것이다.
같은 사건의 차명주인 김모씨와 이모씨는 “아무리 억울해도 소송을 하기 위해서는 너무 많은 돈이 들어간다”며 “이미 체납자로 인정돼 취직한 회사에도 압류가 들어오는 상황에서 항소를 한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토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