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이 이건희(76) 회장의 사면을 기대하고 다스의 소송 비용을 대신 내준 것이라고 자백한 이학수(72) 전 삼성전자 부회장의 자수서가 법정에서 공개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7부(재판장 정계선 부장판사) 심리로 10일 열린 이명박(77) 전 대통령에 대한 12차 공판에서는 검찰과 변호인이 채택한 증거를 설명하는 서증조사가 진행됐다.
이날 검찰은 삼성의 다스 소송비용 대납의 대가성이 있었다는 취지의 이 전 부회장 자수서를 공개했다. 이 전 부회장은 "삼성이 다스의 소송 비용을 대신 내주면 회사에 여러 가지 도움이 되지 않겠나 기대했던 것은 사실"이라고 밝혔다. 이어 "이 회장의 사면 문제뿐 아니라 4조5000억 규모에 달하는 차명계좌 관련 과징금 부과 문제 등이 삼성의 현안이었다"면서 "이에 대한 청와대의 도움을 기대하며 다스에 소송 비용을 대신 내준 것"이라고 자백했다.
더불어 이 전 부회장은 "당시 다스를 대리한 김석한 변호사가 소송 비용이 많이 든다며 정부에서 마련해주면 불법이라 못하고 삼성이 대신 내주면 국가적으로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고 소송 비용 대납 경위를 설명했다.
검찰은 "삼성그룹 전ㆍ현직 임직원을 조사한 결과 다스의 소송 비용 대납 결정은 이 전 부회장뿐 아니라 삼성그룹 본사 차원의 결정이었다"고 덧붙였다.
이날 법정에서는 이 전 대통령이 삼성의 소송 비용 대납 사실을 수시로 보고받았다는 증거도 공개됐다. 이 전 대통령은 줄곧 삼성이 다스의 소송비를 대납했다는 것을 보고받은 바 없으며 관련 내용이 기재된 복수의 청와대 문건도 '조작'이라며 혐의를 강하게 부인해왔다.
검찰은 영포빌딩에서 압수한 '삼성에 다스의 소송 비용을 지원 받는다'는 내용의 VIP 보고사항을 공개했다. 검찰은 "이 문건은 이 전 대통령이 삼성의 다스 소송비용 대납 사안을 잘 알고 있었다는 전제하에 작성됐고, (이 전 대통령에게) 보고됐다"고 지적했다.
검찰은 다스가 2007년 11월부터 2011년 11월까지 BBK 투자금 반환 소송 비용 585만 달러(약 67억700만 원)를 삼성으로부터 지원받은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 조사 결과 이 전 대통령이 2007년 후보 시절부터 이 소송을 직접 챙겼으며, 미국 유명 로펌 에이킨 검프의 김석한 변호사를 통해 이 전 부회장에게 소송비 대납을 요구한 것으로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