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남북 정상회담, 북미 정상회담 등 한반도가 70년 만에 평화를 찾을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맞은 지금, 미국 언론들의 북한 비핵화 이슈에 관한 ‘트럼프 때리기’는 도가 지나치다는 느낌이 든다.
최근 워싱턴포스트(WP)와 CNN,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미국 언론들은 북한 비핵화 협상과 관련해 온갖 부정적인 이슈를 쏟아내고 있다.
CNN은 지난주 미국 정보당국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최소한 현재까지는 완전한 비핵화 프로그램을 이행할 의도가 없다”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북한이 비핵화에 공개적으로 동의하면서도 실제로는 무기와 기반 시설을 숨기려 할 것”이라는 국방정보국(DIA) 관리의 말을 인용하기도 했다.
2016년 대선에서 트럼프와 대립각을 강하게 세웠던 WP는 “북한이 트럼프를 속여 이용하고 있으며, 북한의 행동이 이전과는 다를 것이라던 백악관 안보팀의 판단은 형편없다”고 비난했다.
WSJ는 “북한이 미사일 공장을 확장하고 우라늄 농축을 계속하고 있다”며 “이는 김정은 위원장이 트럼프에게 했던 약속을 지키지 않는 증거”라고 비판했다.
물론 이들의 보도가 사실일 수는 있지만,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 장관의 방북을 앞두고 의혹 제기가 쏟아졌던 것에 대해 역으로 의문을 제기할 수밖에 없다. 마치 트럼프가 북한 비핵화 성과를 내지 못하도록 열심히 재를 뿌리는 듯하다.
당연히 북한이 약속을 어기는 과거의 행태를 재연할 수 있다. 그걸 막는 것은 우리나라와 트럼프 정부, 중국에 이르기까지 관련 당사국이 함께 짊어져야 할 과제다.
비핵화가 하루아침에 이뤄지는 것도 아니고, 그 과정에 이르기까지 화기애애한 분위기가 유지되는 것도 아니다. 비핵화의 목표에 도달하기까지 서로가 기대하는 수준이 달라 의견 충돌과 협상의 기나긴 과정을 거쳐야 하는 점은 분명하다. 그리고 이런 과정은 이제 막 출발점을 떠났을 뿐이다.
벌써 북한이 약속을 어긴다느니, 트럼프가 속았다느니 비판하는 것은 너무 성급한 판단이 아닐까. 아울러 비핵화를 달성하려면 그만큼 북한도 미국을 신뢰할 수 있어야 하는데, 비판적인 언론 기사만 쏟아지면 불신의 벽만 더 쌓는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
작년, 아니 불과 올해 초만 해도 트럼프와 김정은의 오고가는 설전 속에 전 세계가 한반도 전쟁에 대한 불안으로 떨어야 했던 것을 생각해 보라. “화염과 분노” “늙다리 전쟁광”이라는 거친 말 대신 화해와 용서, 협력, 더 나아가 북한 경제개발에 이르기까지 긍정적인 단어가 오가는 지금이 세계정세는 물론 경제에도 좋은 일이 아닐 수 없다.
물론 미국 언론들의 이런 문제 제기는 북한이 다른 마음을 품지 못하도록 압박하는 역할을 할 수도 있다. 하지만 비판과 더불어 아무리 트럼프가 싫더라도 잘한 것은 잘했다고 칭찬하고 격려하는 균형적인 시각이 아쉽다. 힐러리 클린턴이 대통령이었어도 미국 언론들이 지금처럼 북미 정상회담을 바라봤을지 의문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