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론화 과정 문제점도 지적…최종 정부 확정안에는 빠질 가능성
최저임금 이어 청와대ㆍ기재부 간 이견 노출 ‘원팀 논란’ 다시 일어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은 4일 혁신성장 관계장관회의가 열린 인천 중구 BMW드라이빙센터에서 기자들을 만나 “금융소득 종합과세에 대해서는 좀 더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재정개혁특위 권고안을 그대로 수용하기 힘들다는 점을 에둘러 표현한 것이다. 기재부는 재정개혁특위 논의 과정에서도 정부 측에서 부동산 보유세 강화와 금융소득 종합과세 강화를 함께 추진하는 것은 어려울 수 있다고 반대 의견을 피력한 것으로 전해졌다.
재정개혁특위가 제시한 안은 금융소득 종합과세 기준금액을 ‘연간 2000만 원 초과 분리과세’에서 ‘연간 1000만 원 초과 분리과세’로 낮추는 게 골자다. 현재는 금융소득 2000만 원까지는 15.4%로 원천징수하고 2000만 원을 초과한 금액의 경우 다른 소득과 합쳐 종합소득세율(6∼42%)을 적용하고 있다. 이자와 배당소득으로 2000만 원 이상 벌어들이는 사람은 대부분 고소득자라서 상대적으로 높은 세율을 적용받게 된다.
기재부는 금융 자산가에 대한 과세를 확대하는 것은 중장기적으로 옳은 방향이지만 당장 과세 기준을 급격히 조정하기에는 무리가 따른다는 입장이다. 종합부동산세 인상이 기정사실화되는 상황에서 금융소득세까지 올리면 이자·배당소득으로 생활하는 은퇴자의 불만이 증폭될 수 있다는 것이다. 부자 증세를 하려다 자칫 중산층 증세가 될 수 있다는 점도 우려다.
재정특위의 공론화 과정에 문제가 있었다는 게 정부 관계자들의 볼멘소리가 나온다. 최종권고를 3일 내놓을 때까지 재정개혁특위가 ‘공론화’에 나서는 모습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지난달 22일 정책토론회를 주최하기는 했지만, 내용은 종부세 강화에 한정됐고, 14명의 재정개혁특위 조세소위 위원 가운데 정부 인사는 1명밖에 포함되지 않았다.
정부 고위관계자는 “재정개혁특위는 조세개혁에 대한 대국민 공론화를 위해 만들어진 기구인데, 현재 부동산 세제 개혁에 대해서만 공론화를 한 상황”이라며 “금융소득 종합과세 대상 확대 등과 같은 이슈에 대해서는 공론화 과정이 필요하다고 본다”고 지적했다.
앞서 최저임금을 둘러싸고 청와대와 기재부가 이견을 노출한 데 이어 이번에는 대통령 직속 기구와 기재부 사이에 공방을 벌이는 모습이 연출되자 문재인정부 경제팀의 ‘원팀 논란’도 가중될 전망이다. 정책당국의 혼선으로 납세자들이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홍기용 인천대 교수는 “권고안에 잉크도 마르기 전에 반박한 정부나, 공론화도 거치지 않은 채 금융소득종합과세 방안을 멋대로 발표한 특위나 보기가 참 안 좋다”고 말했다.
기재부는 25일 세제발전심의위원회를 거쳐 최종 정부안을 확정할 계획이다. 김 부총리는 “금요일 오전에 (종합부동산세 관련해) 발표할 생각이고 다른 것들은 종합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금융·임대소득세 관련한 불투명한 상황은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