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양대 항공사인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오너 리스크에 고유가 충격까지 더해지면서 부진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아시아나항공은 4일 전일 대비 0.12% 내린 4015원으로 장을 마쳤다. 장중에는 외국인과 기관의 동반 매도 공세에 3950원까지 밀리면서 52주 신저가를 다시 썼다. 주가는 2014년 10월 2일(3825원) 이후로 가장 낮은 수준이다.
경쟁사인 대한항공의 주가도 비슷한 양상이다. 대한항공은 같은 날 전일 대비 0.18% 오른 2만7450원으로 장을 마쳤다. 아시아나항공에 앞서 2일 2만6600원으로 신저가를 경신한 바 있다.
국내 대표 항공사들의 주가 부진의 공통 분모는 오너다. 우선 아시아나항공은 최근 ‘기내식 대란’의 원인이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과 관련 있다는 소식에 오너 리스크가 불거진 양상이다. 아시아나항공은 금호아시아나그룹이 기내식 공급업체를 바꾸는 과정에서 공급 차질과 잇단 항공기 지연으로 소비자들의 불만을 샀다.
특히 박삼구 회장이 투자금 유치를 위해 기내식 공급업체를 바꾸려다가 발생했다는 지적이 잇따르면서 하청기업을 대상으로 갑질을 했다는 논란이 거세졌다.
대한항공의 경우 최근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상속세 탈루 의혹과 배임·횡령 혐의로 검찰에 구속될 위기에 처하면서 경영 활동 위축 우려가 커졌다. 검찰은 5일 조 회장의 구속영장 실질심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한진 일가의 막내인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의 ‘물벼락 갑질’과 이명희 전 일우재단 이사장의 폭언·폭행 혐의도 대중의 공분을 샀다.
항공기 산업생태계와 밀접한 연관이 있는 유가가 하반기 들어서 고공행진 중이라는 점도 약재 요인으로 꼽힌다.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서부 텍사스산 중질유(WTI)는 이날 기준 배럴당 74.14달러에 거래되고 있다. 지난달 말 최고 74.15달러까지 치솟은 후 고유가 행보를 지속 중이다. 애초 6월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증산 합의 이후 유가가 안정될 것으로 기대됐지만 이 같은 관측이 빗나갔다.
정혜정 KB증권 연구원은 “급유단가 상승에 따른 연료비 증가가 아시아나항공의 연간 영업이익 전망치를 하향 조정한 원인”이라며 “운임에 모두 전가하기는 힘들 것”이라고 짚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