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소득 과세기준 1000만원으로 인하…종합과세 대상자 9만→40만명 증가
소형주택 임대소득 과세특례 일몰 종료…분리과세 400만원 기본공제 폐지ㆍ축소
정부가 고액자산가와 고가 주택 소유자 등 부자증세에 칼을 빼 들었다. 특히 하반기에는 자본이득과세와 양도소득세제 개편을 주로 다루겠다고 예고해 본격적인 부자증세 과세강화에 시동을 걸었다.
재정개혁특별위원회가 3일 내놓은 ‘상반기 재정개혁 권고안’의 핵심은 공정시장가액비율과 세율 동시 인상을 통한 종합부동산세 누진성 강화다. 금융소득 종합과세 대상을 확대하고, 주택 임대소득의 과세특례를 축소 또는 폐지하는 방안도 담겼다. 특위는 하반기에도 과세 형평성 강화를 위한 논의를 이어갈 계획이다. 구체적으론 자본이득과세와 양도소득세제 개편, 임대소득·보유세제 및 환경·에너지 관련 세제 등에 대해 추가 논의가 예정돼 있다.
우선은 현재 80% 수준인 공정시장가액비율을 연 5%포인트(P)씩 단계적으로 올리고, 주택분 세율을 0.05~0.50%P, 종합합산토지분 세율을 0.25~1.00%P 각각 인상하도록 권고했다. 별도합산토지분에 대해선 일률적으로 0.20%P 인상할 것을 주문했다.
권고안에 따르면 주택 과표구간별 세율은 6억~12억 원은 현행 0.75%에서 0.80%로, 12억~94억 원은 1.00%에서 1.20%로, 50억~94억 원은 1.50에서 1.80%로, 94억 원 초과는 2.00%에서 2.50%로 각각 오르게 된다. 종합합산토지는 15억 원 이하는 0.75%에서 1.00%로, 15억~45억 원은 1.50%에서 2.00%로, 45억 원 초과는 2.00%에서 2.50%로 오른다.
종부세 개편으로 세 부담이 늘어나는 대상은 총 34만6000명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시가 10억~30억 원을 기준으로 1주택자의 세부담은 0~15.2%, 다주택자의 세부담은 6.3~22.1% 증가하게 되는데, 이에 따른 세수효과는 1조1000억 원 수준이 될 것으로 추산된다.
원종훈 KB국민은행 세무팀장이 권고안을 반영해 주택 보유자의 세금 변화를 시뮬레이션해본 결과를 보면, 잠실주공 5단지에 전용면적 82.51㎡ 규모의 아파트를 보유한 1주택자의 보유세는 1.2% 오를 것으로 예상됐다. 이 아파트를 공시가격 12억8000만 원으로 놓고 현행 공정시장가액비율 80%를 적용하면 495만4080원의 세금이 나온다. 공정시장가액비율을 85%로 적용하면 501만3360원으로 산출된다. 전용면적 244.54㎡ 규모의 반포자이(공시가 21억2800만 원) 보유자의 세금은 1137만2448원에서 1201만4496원으로 5.65% 증가하게 된다.
고가 아파트를 다수 보유한 다주택자는 상대적으로 세금 인상 폭이 클 것으로 예상됐다. 서울 송파구 잠실엘스(119.93㎡, 11억8400만 원), 서울 성수동 갤러리아포레(170.88㎡, 23억400만 원)를 함께 보유한 경우 세금은 2713만4208원에서 3511만8652원으로 29.4% 늘 것으로 산출됐다.
재정개혁특위의 권고안에는 주택 임대소득의 소형주택 과세특례를 축소 또는 일몰 종료하면서 주택 임대소득 분리과세 시 적용되는 기본공제 400만 원을 축소 또는 폐지하는 내용도 담겼다. 주택임대소득이 연 2000만 원이라면 올해까진 세금이 없지만, 내년부터는 기본공제가 적용되면 56만 원, 권고안에 따라 기본공제가 없어지면 112만 원의 세금을 내야 한다.
원 팀장은 “1주택 보유자가 받을 영향은 크게 없고, 다주택자는 세금 부담이 늘 것으로 판단된다”며 “(이번 권고안에) 공시가격도 시세를 충분히 반영해 올렸다면 세금 부담은 상당히 커졌을 텐데 고심한 흔적이 있다”고 평가했다.
이 밖에 특위는 금융소득 종합과세 기준금액을 2000만 원에서 1000만 원으로 하향 조정할 것을 권고했다. 현재는 이자·배당소득 등 금융소득이 1인당 연 2000만 원을 넘지 않으면 다른 근로·사업소득과 분리돼 14%(지방소득세 포함)의 단일세율이 적용되지만, 초과하면 다른 소득과 합산돼 최대 42%까지 세율이 올라간다.
권고안대로 금융소득 종합과세 기준금액이 변경되면 종합과세 대상은 현재 9만 명에서 40만 명 이상으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단 금융 외 소득 규모에 따라 종합소득세율 과표구간이 달라질 수 있어 정확한 세수 효과 추정은 어렵다. 가령 사업소득이 1억5000만 원, 금융소득이 2000만 원이라면 현재는 소득에 35%, 금융소득에 14%의 세율을 적용받지만, 권고안대로라면 1000만 원을 초과하는 금융소득이 사업소득에 더해져 종합소득 과세표준이 1억6000만 원이 된다. 이 경우 세율 구간도 달라져 1억5000만 원을 초과하는 1000만 원에 대해선 38%의 세율이 적용된다. 결국 세 부담은 기존보다 240만 원, 지방소득세를 합산하면 264만 원 늘어나게 된다.
재정개혁특위 관계자는 “(현재는) 기준금액 이하 분리과세로 인해 금융소득자 중 한계세율이 높은 고소득자에게 혜택이 집중될 수 있고, 소득유형 간 수평적 형평성도 저해되는 문제가 있다”며 “금융소득자 간, 금융소득자와 비금융소득자 간 조세 형평성 문제를 해소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