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부터 주 52시간 근무제가 시작된 가운데 일부 중견 기업계에서는 시행 직전 웃지 못할 진풍경이 벌어졌다. 업계 특성상 야근이 일상적이었던 게임 업체 직원들은 “야근을 당겨서 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바꿔 말하면 1일부터는 야근을 하지 않아도 된다는 의미이지만 마냥 반기는 직원은 드물다. 또 다른 중견 게임업체 직원은 “야근을 좀 하더라도 일이 제대로 처리되는 게 마음이 편한데 이제부터는 무조건 허락을 맡고 야근을 하라는 압박이 내려와서 어찌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일상이었던 야근은 줄겠지만 업무량은 줄지 않기 때문이다.
업체들은 6월 말부터 속속 직원들을 대상으로 취업 규칙에 사인을 받았다. 직원들은 취업 규칙을 제대로 읽어볼 시간도 없고, 읽어봐도 모호한 규정이 많아 “그냥 사인했다”고 말했다.
한 중견 보안 서비스 업체는 바뀐 취업 규칙에 직원들 사인을 받은 뒤 “모호한 규정이 있는데 사인을 재촉했다”는 직원들의 원성이 자자하자 인사팀이 “이의 신청을 받는다”고 공지하기도 했다. 이 업체는 지난달 25일 취업 규칙에 직원들의 사인을 받았다. 당시 직원들은 근로 시간 체크를 온·오프 기준으로 하는데 영업직이나 외근이 많은 부서의 경우는 어떻게 할 것인지, 워크숍에 가서 하는 활동은 근로 시간에 포함되는지 등에 대한 충분한 설명을 듣지 못했다. 불만의 목소리가 커지자 다음 날인 26일 인사팀은 “바뀐 취업 규칙과 관련해 궁금한 점이 있는 사람은 문의하라”고 공지했다.
이 업체는 근로시간 단축에 맞춰 포괄임금제를 사실상 폐지하고 탄력적 근로제를 채택했다. 포괄임금제는 실제 근무시간과 관계없이 야근 등 초과근로수당을 사전에 정한 뒤 월급에 포함해 일괄 지급하는 제도다. 이에 따라 수당으로 지급됐던 ‘교통비’는 사라지고 월 20시간의 고정 연장근로수당 이후 초과 근무에 대해 ‘잔업 근무’ 결재를 요청하면 추가 수당을 지급한다.
한 현장 직원은 “조삼모사이긴 하지만 전반적으로 근무 환경이 더 나아질 것이라는 기대는 적다”며 “잔업 근무 결재는 야근하기 전에 부서장 등의 승인을 받기 위해 올리는 건데 1~2시간 야근한다고 미리 결재를 올리기가 눈치 보인다”고 말했다. ‘교통비’와 달리 사전 결재를 받아야 하는 점이 부담스럽다는 의미다.
주 52시간 근로제가 보름도 채 남지 않은 상황에서 6개월의 계도기간이 주어지면서 온갖 우려 속에 시작됐다. 일자리 나누기와 ‘워라밸(work and life balance)’ 실현이 가능할지 지켜볼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