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산 자동차가 미국 국가안보에 위협이 되는지에 대한 미국 정부의 조사가 본격화된 가운데 현대차를 비롯한 세계 주요 자동차 제조사가 미국 상무부에 우려의 입장을 전달했다.
현대차는 미국 상무부에 '무역확장법 232조 수입차 안보영향 조사에 대한 의견서'를 제출, 미국이 수입 자동차 부품에 고율의 관세를 부과하면 미국 현지 공장의 수익성이 악화돼 일자리가 줄어들 것이라는 우려를 전달했다고 1일 밝혔다.
현대차는 의견서에서 미국 정부가 수입 자동차부품에 25%의 관세를 부과하면 현대차의 미국 공장 생산비용이 연간 약 10% 증가하며 차량 가격 인상으로 인한 판매 감소·수익성 악화로 현지 고용을 줄일 수 밖에 없게 된다고 밝혔다. 현재 미국에서 현대차가 협력사와 함께 직접 고용한 인력은 2만5000명이며, 대리점을 통해 간접 고용하고 있는 인력은 4만7000명이다.
현대차는 또 미국 내 사업이 어려워지면 현지에서 진행하려던 투자 계획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면서 "현대차는 협력사와 함께 2021년까지 5년간 미국에서 수십억 달러를 투자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현대차는 지금까지 미국에 83억 달러(9조 2503억 원)를 투자했으며, 지난 5월에는 앨라배마 공장의 엔진헤드 제조설비 증설 등을 위해 3억8800만 달러를 투자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기아차도 같은 내용을 담은 의견서를 미국 상무부에 제출했다. 현대·기아차는 미국 현지 판매가 세단 중심인 반면 미국 자동차 업체들은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나 픽업트럭 위주로 판매하기 때문에 직접적인 경쟁이나 미국 안보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현대·기아차 뿐만 아니라 도요타, BMW 등 글로벌 자동차 제조사도 상무부에 '무역확장법 232조' 수입차 관세에 부정적인 입장을 담은 의견서를 제출했다. 특히 미국 최대 자동차업체인 제너럴모터스(GM)도 관세가 비용 증가와 판매 감소, 경쟁력 약화, 다른국가의 보복 관세로 이어질 수 있다며 부정적인 목소리를 냈다. 미국 상공회의소도 "정부가 보호하겠다는 자동차산업에 오히려 충격적인 피해를 주고 세계 무역전쟁을 촉발할 위협이 있다"고 비판했다.
앞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달 23일 무역확장법 232조에 따라 수입산 자동차와 자동차부품이 미국 관련산업의 신기술 연구개발 능력을 떨어뜨려 국가안보를 위협하는지를 조사하라고 미 상무부에 지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29일 이번 232조 조사가 3~4주 이내에 완료될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행정부는 수입산 자동차에 최대 25% 관세를 부과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은 현재 세단 등 일반 자동차에 2.5%, 트럭에 25% 관세를 부과하고 있다.
한편 산업통상자원부는 백운규 장관이 지난달 27∼29일 미국 워싱턴 D.C.에서 에드 로이스 하원 외교위원장과 스테니 호이어 민주당 하원 원내총무 등을 만났다고 1일 밝혔다. 백 장관은 이 자리에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개정협상에서 자동차 분야에 대한 미국 우려를 반영한 만큼 한국 정부의 입장을 지지해달라고 요청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