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2P협회 내부 잡음 심각… "업권 대표성 판단할 근거 없다" = 특히 한국 P2P금융협회가 내부 잡음에 이어 협회장과 일부 회원사들이 이해관계를 좁히지 못하고 탈퇴, 업권의 대표성을 인정받기 더욱 어려워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신현욱 전 한국 P2P금융협회장은 5월 선출된 지 3달 만에 ‘일신상의 이유’로 돌연 사퇴했다. 이후로 렌딧, 8센트, 팝펀딩 등 주요 P2P 업체도 연이어 협회를 이탈했다. 이들은 새로운 협회를 만들 준비를 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와는 별개로 금융당국 차원에서 협회를 조정하기도 어려워 보인다. 금융위는 공식적인 협회를 정하는 것은 업계에 맡겨야 한다는 입장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업계에서 자체적으로 논의한 끝에 대표성을 갖는 협회 한 곳을 정해서 인가를 신청해야 한다”며 “이 단계에서 당국이 개입할 여지가 없다”고 잘라 말했다. 아울러 당국은 P2P업체가 법적으로 관리대상이 아니라며 개선에도 소극적인 상황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소통 원활 문제가 나오지만, 현재 P2P업체가 금융위 감독대상도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P2P 업계에서는 대표성을 띠는 협회가 필요하다는 데 의견이 모이는 만큼 금융당국 차원의 움직임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P2P 업체 관계자는 “당국이 P2P업체에 대한 전수조사 등에 품을 들이기는 어려운 상황”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협회에 그 역할을 줘야 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업체 관계자는 “공식적인 협회에 가입된 업체에만 자금을 유통하게 할 수 있는 등 방안을 강구해 비회원사들의 협회 가입도 유도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클라우드 펀드 전철 밟는 P2P금융 … 금감원, 협회 난립 예의주시 = P2P업계의 자정 노력이 여의치 않은 상황이 계속되는 가운데 금융감독원은 협회 난립에 따른 소비자 피해를 예의주시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또 업계에 맡기기보다는 조속한 법제화를 추진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최근 상황과 관련해 금감원 핀테크지원실 관계자는 “협회 중에도 금융위에 (정식으로) 사단법인으로 등록된 협회가 있지만, 지금 P2P 업계는 협회장부터 학력위조로 (불신이 큰) 상황”이라며 “금감원은 사실 협회 관리에 대한 법적인 책임은 없지만, 여러 소비자 피해가 지속해서 발생하는 부분이(있어서 예의주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금감원은 P2P 업체 감독 방향을 행정지도 성격인 가이드라인 강화가 아닌 법 제정으로 추진할 것임을 강조했다. 해당 관계자는 “(정책 방향을) ‘P2P 법제화’로 방향을 바꿨다”며 “자율규제가 아닌 행정규제 형식의 가이드라인보다 한 단계 상위에 있는 법제화로 과정을 가져가자고 관계 당국이 방향을 잡았다”고 밝혔다.
핀테크 관련 상설협의체를 구성해 관심이 쏠린다. 금감원은 21일 최근 P2P 업계를 비롯한 각종 핀테크 업계 전반을 관리·감독하기 위해 ‘핀테크 전략협의회’를 출범시켰다. P2P 대출과 크라우드 펀딩 등 새로운 금융 서비스 특성상 어느 한 부서에서 이를 감시하기 어려운 만큼 유관 부서가 종합적으로 대응에 나선 셈이다. 이는 미국에서 핀테크 관련 문제를 전담하는 통화감독청(OCC) 산하 ‘책임혁신위원회’와 유사한 역할을 맡을 전망이다.
핀테크 전략협의회는 수석부원장과 은행·중소서민금융, 자본시장·회계, 보험·금융소비자 보호를 총괄하는 부원장 4인으로 구성된다. 해당 협의체는 핀테크 이슈 협의와 조정, 관련 대응 상황을 점검하고 향후 감독 방향을 수립할 예정이다.
이날 1차 회의에서는 최근 P2P 업계 부실 문제도 직접 언급됐다. 특히, P2P대출이 외국에선 금융 소외계층의 자금조달 수단으로 활용되지만, 국내에선 부동산 규제를 피하기 위한 수단으로 악용되는 등 ‘부동산 쏠림’ 현상도 지적됐다. 이에 금감원 원승연 부원장은 “본래의 취지와 다르게 변질돼 규제 회피나 불건전 영업행위 통로로 악용됐다”며 “감독당국은 규제 필요성이 대두되는 분야에 대한 법제화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원 부원장은 또 “핀테크 업계 차원에서도 바람직한 업무 관행이 정착될 수 있도록 노력해주시길 당부한다”고 업계의 자정 노력을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