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금리 대출로 소상공인·스타트업 등 대출 사각지대에 기회를 제공하자는 본래 도입 취지가 무색하게 P2P업체 10곳 8곳은 부동산 대출 쏠림 현상이 심각했다. P2P업계 위기의 불씨가 부동산에서 시작된 점을 고려할 때 향후 P2P업계 전체로 부실이 번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18일 한국 P2P금융협회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총 61개 업체 가운데 48개(약 80%) 업체의 개인 신용대출 잔액이 ‘0원’으로 나타났다 . 반면 개인 신용대출과 부동산 대출을 함께 다루는 곳은 10곳에 불과했다. 올해 초, 64개 업체 가운데 44개(약 68%)가 개인 신용대출을 전혀 다루지 않았던 것과 비교해 보면, P2P업계의 ‘부동산 쏠림’ 현상이 심화했음을 알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의 부동산 쏠림 현상에 대해 “어떤 사업을 시작하려면 초반에는 (수익률 측면에서) 매력적인 부분이 더 성장할 수 있다”며 “P2P업계가 개인 신용대출로 많이들 시작했다. 하지만 산업이 확장하면서 어느 부분에 좀 더 대안 금융 수요가 높은지 분석했을 때 부동산 분야가 더 높다”고 밝혔다.
하지만 최근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을 주로 다루는 헤라펀딩이 100억 원대 부도를 내고, 오리펀드는 부실 부동산 투자 후 대표가 잠적하는 등 부동산 P2P업체발(發) 악재가 계속되고 있다. P2P업계가 부동산 대출을 중심으로 편중된 상황에서 이 같은 악재는 P2P업계의 어깨를 무겁게 하고 있다.
이에 P2P업계는 내부 규범을 강화해 신뢰 회복에 나서는 분위기다. 또 일부 부실 업체와는 달리 상위권 부동산 P2P 대출 전문 업체들은 연체율과 부도율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업계 관계자는 “(부실 문제는) 산업이 커지다 보면 생기는 일이라고 생각한다”며 “상위 업체는 업계의 건전한 발전을 위해 자정작용을 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다만 개인 신용대출을 주로 다루는 P2P업체들이 기존 협회와 노선 차별화를 선언해 당분간 업계의 혼란이 예상된다. ‘렌딧’과 ‘8퍼센트’, ‘팝펀딩’ 등은 기존 P2P 협회를 탈퇴하고, 새 협회 준비위원회를 발족했다.
렌딧 측 고위 관계자는 “다른 업체가 (새 협회 가입을) 문의한 상태”라고 말해 업계 양분 가능성을 시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