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 잇달아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정상회담을 거듭 요청하는 가 하면 “북한과 신뢰를 양성하고 싶다”며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북미정상회담을 계기로 중국과 미국에 이어 일본과 러시아 등 한반도 주변 4국 정상이 김 국무위원장을 대화상대로 주목하고 있는 것이다.
아베 총리는 16일 요미우리TV에 출연한 자리에서 “북한에 의한 일본인 납치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큰 결단이 필요하다”면서 “북한과 신뢰관계를 양성해 가고 싶다”고 말했다. 정치적 위기 때마다 북한 위협론으로 난국을 타개했던 아베 총리가 ‘북한과의 신뢰’까지 거론한 것은 북미정상회담 기점으로 자신도 대화 국면에 동참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으로 풀이된다.
아베 총리는 이날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 이행에 필요한 비용을 부담하기 위한 국제기구 창설 가능성도 언급했다. 그는 “(북핵폐기를 위한) 어떤 국제적 약속이 있을 수 있다. 그런 협상은 계속하게 된다”며 “이를 위해 예를 들어 북한 핵폐기를 위한 기구를 만드는 방안이 있다”고 말했다.
교도통신은 15일 일본 정부 관계자들을 인용해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9월 뉴욕 유엔 총회에 참석할 경우 북·일 정상회담을 여는 방안을 추진 중이라고 보도했다. 고도 다로 외무상은 오는 8월 초 싱가포르에서 열리는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 지역안보포럼(ARF) 외교장관회의 기간에 리용호 북한 외무상과 별도 회담을 추진하고 있다. 일본은 북미정상회담 개최 전부터 북한에 수차례 북·일 정상회담을 열자고 요청했지만 북한은 묵묵부답이었다.
푸틴 러시아 대통령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그는 2018 러시아 월드컵 개막식 참석을 위해 러시아를 방문한 김영남 북한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을 14일 크렘린궁에서 만나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러시아 방문을 거듭요청했다. 방문 시점은 오는 9월 러시아 극동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열릴 동방경제포럼 기간이나 다른 별도의 시점을 택해도 좋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푸틴 대통령은 앞서 지난달 말 평양을 방문한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을 통해 김정은 위원장에게 9월 동방경제포럼 등을 계기로 러시아를 방문해 달라고 초청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