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화값 박스권 뚫고 폭락, 오버슈팅인가 위기전조인가

입력 2018-06-15 18:43 수정 2018-06-15 1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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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CB가 촉발, 외인 주식시장서 이틀새 1조 매도..확대재정·투자촉진·심리안정책 마련해야

원·달러 환율이 올 들어 박스권 상단으로 여겨졌던 1085원을 뚫고 급등(원화값·원화가치 급락)했다. 우리나라 금융·경제 상황에 경고등이 켜진게 아닌지 우려되는 대목이다. 그렇잖아도 최근 미국이 정책금리 인상과 함께 향후 인상속도에 가속페달을 밟기로 하면서 자본유출 우려 등 불안감이 고조되던 차였다.

◇원·달러 7개월만 최고 왜? = 15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일대비 14.6원 급등한 1097.7원을 기록했다. 이는 작년 11월20일 1100.6원 이후 7개월만에 최고치다. 상승폭도 지난해 1월9일 15.3원 폭등 이후 최대 폭이다. 장중 고점은 1097.8원으로 연중 최고치였던 2월6일 1098.6원에 바싹 다가섰다.

(한국은행)
(한국은행)
원·달러는 올들어 1065원과 1085원 사이 견고한 박스권을 형성했다. 시장참여자들 사이에서도 대외환경과 별개로 원화 디커플링을 언급하며 이같은 박스권이 쉽게 깨지지 않을 것으로 봤다.

시장전문가들은 어젯밤 끝난 유럽중앙은행(ECB) 회의가 예상을 벗어난 것이 이같은 상황을 촉발했다고 진단했다. 시장에서는 ECB가 금리인상에 대한 명확한 신호를 줄 것으로 예상했었다. 반면 ECB는 내년 여름까지 현재의 금리수준을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유로화는 폭락한 반면 달러화는 강세를 기록했다. 실제 이날 주요 6개국 통화대비 달러화의 평균적인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7개월만에 95를 돌파하기도 했다.

여기에 주식시장에서 외국인이 대량매도에 나선데다, 기술적으로도 저항선으로 여겨졌던 200일 이동평균선 1091.4원을 돌파하면서 숏(달러매도) 포지션에 대한 손절이 쏟아진 것도 원·달러 상승을 부추겼다. 이날 코스피는 19.44포인트(0.80%) 떨어진 2404.04로 3월7일(2401.82) 이후 3개월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외국인도 이틀동안 코스피시장에서 매도한 금액은 1조331억5300만원어치에 달했다.

이에 따라 원·달러는 1100원 돌파를 시도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외국계은행 본부장은 “장중 네고(달러매도)도 많았지만 외국인이 주식시장에서 대량 매도에 나서면서 이들 물량을 모두 소화하면서 원·%

AC러가 급등했다”며 “개장가도 박스권 상단으로 인식됐던 1085원을 훌쩍 넘는 1088원이었다. 갭을 만들며 올랐다는 점에서 저항선이 잘 보이지 않는다. 다만 1105원 내지 1110원이 다음 저항선이지 싶다”고 말했다. 그는 또 “갭 상승으로 박스권을 뚫었다는 점에서 원·달러가 하락하더라도 1090원을 전후해서 달러매수세가 많을 듯 싶다”고 덧붙였다.

◇자본유출 신호탄? 당국 대응력 발휘할 때 = 원·달러가 급등했음에도 불구하고 자본유출 등 위기의 전조로 보는 분위기는 아니다. 마침 비둘기(통화완화) ECB에 따른 유로화 폭락과 연준 금리인상, 북미정상회담 재료 소멸, 미국의 대중국 관세부과 등이 공교롭게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한데 무게를 두는 모습이다.

앞선 외국계은행 본부장은 “연준(Fed) 금리인상은 예상을 했던 부문이나 ECB가 생각보다 비둘기파적이었던게 영향이 컸다. 유로화가 급락하면서 달러화와 신흥국 통화에 크게 영향을 줬다”면서 “다소 과한 측면이 있다. 일각에서는 한미 금리역전 등에 따른 자본유출을 우려하나 원화채권시장에서는 외국인이 되레 매수했다”고 전했다.

그는 또 “지방선거에서 여당이 압승했다. 이에 따라 정부정책에 힘이 실릴 것으로 보인다”며 “현 정부의 경제정책 측면만 놓고 보면 정책 자체에 대한 맞고 틀리고를 떠나 시장에서는 긍정적으로 평가하지 않는 분위기였다. 부동산 억제책과 증세, 주52시간 등 정책이 가속화할 것에 대한 우려가 표출된게 아닌가 싶다”고 평가했다.

문정희 KB증권 이코노미스트는 “북미정상회담이 끝나면서 원화에 대한 기대감이 줄어든데다 연준이 금리인상에 속도를 내면서 달러화가 강세를 보였다. 또 미국이 중국에 관세부과조치를 결정하면서 원화 측면에서는 악재가 겹쳐 오버슈팅이 나온 듯 하다”고 봤다.

그는 또 “한미 금리 역전만으로 자본유출에 대한 위험은 제한적일 것으로 본다. 다만 금융시장에 예상치 못한 충격이 동반할 경우 그럴 가능성은 높아질 수 있겠다”고 전망했다.

반면 최근 부진한 국내경제를 주목해 볼 때 지금의 원·달러 환율 상승에 경계감을 가질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미국 보호무역에 따른 수출감소와 경상수지 흑자폭 축소 가능성 등 경기침체로 인한 자본유출 가능성이 있다”면서 “대외적으로도 신흥시장국 긴축발작이 아시아 국가로 전염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또 “경기침체와 일자리 문제로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빨리 올리기 어렵다. 금리역전 상황에서 원·달러가 상승하면 환차손에 따른 자본유출 가능성은 배가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당국은 확대재정정책과 기업투자촉진, 심리안정책 등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김 교수는 “외환시장 개입 내역을 공개키로 하면서 외환당국의 환시개입도 쉽지 않다. 또 환율 하락을 위해 외환보유고를 소진할 경우 되레 좋지 않은 신호로 여겨질 수도 있다”며 “확대 재정정책과 기업투자 촉진책으로 국내경기를 부양할 필요가 있다. 사회간접자본(SOC)이나 건설경기 부양도 한 방법”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환율은 심리다. 한번 오르기 시작하면 환투기 세력이 발생할 수 있다. 심리를 안정시키고 대외적인 건전성을 유지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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