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에서 외국어로 변론하는 국제재판부가 특허법원과 국내 최대 법원인 서울중앙지법에 설치됐다. 14일 법조계에 따르면 특허법원 3부와 서울중앙지법의 지식재산 사건을 맡는 민사 61, 62, 63부는 국제재판을 전담한다. 특허법원과 지식재산 재판부의 이용자 대부분이 특허, 상표, 디자인 등 지식재산을 두고 다투는 기업인 만큼 국제재판부 설치로 외국 기업이 우리나라에서 재판받는 환경이 조성될지 관심이 쏠린다.
법원은 지난해 12월 통과한 법원조직법 개정안에 따라 ‘국제재판부 설치 및 운영에 관한 규칙’을 13일 시행하고 대전의 특허법원과 서울중앙지법에 국제재판부를 설치했다. 국제사건의 수 등 여러 가지 사정을 고려해 필요한 경우 대전지법, 대구지법, 부산지법, 광주지법에도 국제재판부를 설치할 수 있다.
국제재판의 가장 큰 특징은 재판 진행은 국어로 하되 소송 당사자가 법정에서 외국어로 변론할 경우 동시통역해주는 것이다. 특허법원 관계자는 "외국 국적 소송 당사자가 법정에서 의견을 밝히고 싶을 때 언어적 문제 때문에 힘들다는 요청이 있었다"며 "국제재판은 소송 당사자가 법정에서 진술할 때 따로 통역인을 대동해 순차적으로 통역할 필요 없이 법원에서 동시통역해준다"고 설명했다.
또 소송 관계인은 증거와 각종 서류를 영어로 기재할 수 있고, 법원은 당사자가 요청할 경우 판결문도 영어로 번역해 제공한다.
다만 국제재판은 상대방 동의가 필요하다. 소송 당사자 한쪽이 국제재판을 신청하면 상대방이 이에 동의해야 국제재판이 열린다. 현재 유일하게 들어온 국제재판 신청 건은 호주 철강기업 블루스코프스틸(Blue Scope Steel)이 특허청을 상대로 낸 거절 결정 취소 소송이다. 블루스코프스틸은 지난 3월 특허법원에 국제재판을 신청했다. 특허청이 이를 받아들이면 국내 1호 국제재판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
한편 국제재판은 외국어로 재판하기 때문에 국내 당사자에게 불리하지 않으냐는 지적도 있다. 이에 서울중앙지법의 한 부장판사는 "국내 당사자의 증거 신청을 폭넓게 받아주고 빠르게 심리를 마치고 선고하는 집중 심리를 해서 인센티브를 주는 방식을 내부적으로 고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국제재판은 외국 국적 당사자가 재판에 손쉽게 참여할 기회를 주는 것에서 나아가 외국 국적 당사자끼리 한국 법원에서 재판받는 환경의 시발점으로 설치됐다. 서울중앙지법의 한 부장판사는 "장기적인 목표는 지식재산 관련한 전 세계 사건을 몰고 오는 것이다. 외국 국적 당사자가 자기네 나라 사법체계는 못 믿겠다. 한국에 가서 판결 받아보자. 이런 분위기를 만들 것"이라며 "한국에서 판결했다고 하면 믿어주는 분위기를 형성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특허법원 관계자는 "하나의 특허로 여러 나라에서 재판이 진행되는 경우가 많은데 그럴 경우 한국에서도 판단받을 수 있다는 인식, 여러 선택지 중 우리나라 법원도 선택지가 되기 위해 국제재판부가 도입된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