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 은행들이 1조 원대 소송 전쟁을 하고 있다. 소송 결과에 따라 많게는 1000억 원 가까이 물게 돼 향후 경영상 잠재 리스크로 떠오를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1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은행, 신한은행, IBK기업은행, 우리은행, KEB하나은행, NH농협은행과 등 주요 시중은행 6곳의 총 피소액은 1조1135억여 원이다. 소송을 당한 건수는 총 940건이다. 지난해 말 기준인 농협은행을 제외한 5곳은 3월 기준이다.
이 가운데 하나은행 피소액이 총 3176억9900만 원(163건)으로 가장 많았다. △우리은행 2596억2800만 원(163건)△국민은행 1992억1400만 원(105건) △기업은행 1349억5200만 원(162건) △농협은행 1239억5400만 원(220건) △신한은행 781억1400만 원(119건)이 뒤를 이었다.
피소액이 가장 큰 하나은행의 경우 A씨가 낸 570억 원대 예금반환 청구소송에 휘말렸다. 1심에서 이겼으나 현재 2심 재판이 진행 중이다. 그밖에 B증권사와 C금융투자회사가 각각 낸 370억 원대, 160억 원대 손해배상 청구소송 1심도 있다.
우리은행은 현재 코스닥 상장사 진성티이씨가 낸 900억 원대 손해배상청구소송 금액이 가장 크다. 진성티이씨는 통화옵션 상품 관련 우리은행 측이 설명 의무 등을 위반했다며 지난해 소송을 냈다. 이달 22일 1심 선고 결과가 나온다. ABB코리아가 무역금융 대출이 무효라며 1월 낸 소송금액도 205억 원에 이른다.
국민은행은 2012년 성동조선해양 구조조정 당시 정산금 문제를 두고 한국수출입은행 등 채권은행 6곳과 소송을 벌이고 있다. 소송금액은 460억 원 규모다. 1·2심에서 국민은행이 졌고, 현재 대법원에 계류 중이다. 버나드 메이도프 인베스트먼트(Bernard L.Madoff Investment)와 뉴욕 남부지구파산법원에서 480억 원 상당 환매대금 반환 청구소송 1심 등도 진행 중이다.
기업은행은 직원 1만여명이 낸 통상임금 청구소송이 변수다. 현재 대법원 심리 중으로 1·2심 판결이 엇갈린 상황에서 결과를 낙관하기 어렵다. 1심은 정기상여금 등을 통상임금으로 보고 직원 손을 들어줬다. 그러나 2심은 정기상여금을 뺀 각종 수당만 통상임금으로 인정, 사실상 원고 패소 판결했다. 소송액은 이자를 포함하면 1000억 원을 훌쩍 넘는다.
소송액은 판결 결과에 따라 은행이 부담할 우발부채다. 당장 지급할 채무는 아니지만 앞으로 결과에 따라 채무가 될 수 있다. 이 때문에 은행은 통상 금액이 확실하거나 질 가능성이 큰 소송의 금액을 충당금으로 쌓는다. 피소액이 3000억 원대에 이르는 하나은행은 지난 3월 기준 579억6500만 원을 ‘소송충당부채’로 봤다. 전체 피소액의 18% 수준이다. 그러나 피소액이 2500억 원대인 우리은행은 같은 기간 소송충당부채설정액이 44억1800만 원에 불과했다. 전체 피소액의 1.7%다. 신한, 기업 등 다른 은행들은 100억 원대로, 전체 피소액의 10% 내외 수준이었다.
이 때문에 은행 측이 소송 결과를 지나치게 낙관적으로 보고 소극적으로 대처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금융 사건을 전문으로 하는 한 변호사는 "은행 투자자 등 관점에서 보면 소송이 제기되면 부채로 이어질 개연성이 높아 충당부채를 쌓아두는 것이 낫다"면서도 "다만 은행은 자산이 수백조 원에 이르기 때문에 소송을 져도 지급 여력이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