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한미약품은 올해 1분기(연결 기준)에만 R&D에 469억 원을 쏟아부었다. 지난해에는 전체 매출액의 18.6%에 달하는 1710억 원을 투자했다. 이는 국내 제약사 가운데 매출액 대비 가장 높은 비율로, R&D에 대한 한미약품의 열의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한미약품은 전통적인 개량·복합 신약의 성공적인 내수 시장 안착을 기반으로 바이오신약에 투자하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주력 파이프라인 중 핵심 과제는 랩스커버리(LAPSCOVERY)와 펜탐바디(PENTAMBODY), 바이오신약 등 3가지로 크게 나뉜다.
먼저 랩스커버리는 의약품의 반감기를 늘려 주는 플랫폼 기술이다. 투여 횟수를 줄여 환자의 삶의 질을 높이고, 투여량을 감소시켜 부작용은 줄이고 효능은 개선하는 기반 기술이다.
펜탐바디는 한미약품의 중국 현지법인 북경한미약품이 자체 개발한 기반 기술이다. 하나의 항체가 서로 다른 두 개의 표적에 동시에 결합할 수 있는 차세대 이중항체 플랫폼 기술로, 면역 항암치료와 표적 항암치료를 동시에 할 수 있다.
한미약품은 랩스커버리 기술을 이용해 당뇨, 비만, 호중구 감소 및 인성장호르몬 결핍 치료제 개발에 이어 희귀질환치료제 등으로 적용 분야를 지속적으로 확장하고 있다. 비만 및 당뇨 관련 파이프라인은 에페글레나타이드와 GLP/GCG 등이 있다. 사노피에 기술 수출된 에페글레나타이드는 GLP-1 계열 당뇨치료제로 매일 맞던 주사 주기를 주 1회에서 최장 월 1회까지 연장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현재 글로벌 임상 3상이 진행 중이다.
제넨텍으로 기술 이전된 RAF 표적항암제 ‘HM95573’은 현재 국내에서 임상 1상 3개가 동시 진행되고 있다. HM95573은 2016년 ASCO에서 임상 1상 중간데이터가 공개됐을 때 제넨텍이 1조 원을 들여 사갈 만큼 가능성을 인정받았다. 지금까지 알려진 임상 결과에 따르면 로슈의 V600E 돌연변이 BRAF를 보유한 흑생종 치료제 젤보라프의 내성발생 이슈를 HM95573이 NRAS 저해를 통해 해결해 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한미약품이 글로벌 제약사에 기술 수출한 신약 과제들은 순조롭게 상업화에 다가서고 있다. 한미약품의 항암신약을 도입한 해외 파트너사들은 1일부터 5일까지(현지 시간) 미국 시카고에서 열린 미국임상종양학회(ASCO) 임상 연구 진행 상황을 발표했다. ASCO에서 소개된 한미약품의 항암신약은 미국 스펙트럼에 수출한 지속형 호중구 감소증 신약 ‘롤론티스’와 내성표적 항암신약 ‘포지오티닙’, 미국 아테넥스에 수출한 경구용 항암신약 ‘오락솔’이다.
스펙트럼은 롤론티스가 경쟁 약물 페그필그라스팀과 비교해 뒤떨어지지 않는다는 임상 3상 결과를 내놨다. 4분기께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생물의약품 허가신청 절차를 진행할 예정이다. 롤론티스는 한미약품이 기술 이전한 신약 과제 중 가장 상업화 단계에 근접해 있다.포지오티닙은 지난해 10월부터 진행한 임상 2상 설계 내용을 포스터 발표했다. 이번 임상 2상은 ‘상피세포성장인자(EGFR) 또는 성인상피세포성장인자2(HER2) 엑손 20 돌연변이 양성 비소세포폐암에 대한 연구’로 현재 미국 20여 개 기관에서 174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진행 중이다. 아테넥스는 오락솔의 임상연구 2건을 발표했다. 오락솔은 주사용 항암제를 경구용으로 전환한 항암물질이다. 한미약품은 오락솔 개발을 위해 자체 개발한 플랫폼 기술 ‘오라스커버리(ORASCOVERY)’를 적용했다. 영국 보건당국은 지난해 오락솔을 유망 혁신 치료제로 선정했다. 미국 식품의약국(FDA)도 최근 오락솔을 혈관육종 치료를 위한 희귀의약품으로 지정했다.
1분기 한미약품은 릴리에 기술이전했던 ‘BTK억제제’ 임상 2상 중단과 ‘올리타(성분명 올리티닙)’ 권리 반환 및 개발 중단 등 연속적인 악재에 휘청거렸다. 그러나 이는 다수의 파이프라인을 보유했기 때문에 나타날 수 있는 위험 부담이란 평가가 나온다. 강양구 현대차투자증권 연구원은 “현재 전 임상 단계에 있는 다수의 항암·희귀질환 파이프라인의 임상 1상이 중·장기적으로 진행되면 추가적인 기술 수출 기대치가 높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